내용중심의 글쓰기에서 자주 발생하는 오류중의 하나가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비호응이다. 마지막 단락에서 '주택거래와 가격의 상승'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문장에 대한 논리적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다음의 표현을 생각해보자. '이 타이어는 소음과 제동성능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회사가 독일기술을 수입하여 개발하였습니다'라는 표현을 접했을 때, '타이어 → 성능향상 → 독일기술 → 수입개발'이라는 식의 내용중심 독해를 하는 경우에 이런 오류가 발생한다. 의미는 통하지만 '정확한 문장표현'이라는 글쓰기의 목표가 흐트러진다. 맞게 표현하자면 소음을 줄이고 제동성능은 높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택거래와'를 '주택거래의 활성화와' 혹은 '주택거래(량)의 증가와'라는 정확한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다른 잦은 오류 중의 하나가 암묵적 전제를 사용하는 축약이다. 이원재 학생의 글에서 "부동산 대책과 더불어 이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글의 흐름상 부동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고 부동산에는 주택과 토지가 있으니 다주택자란 주택다량보유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맥락상의 이해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다주택자라는 표현은 중의적이고 모호한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주장 글의 표현은 문학적인 은유나 비유가 아닌 정확한 의미지적을 요구한다. 많은 주택소유자들인지, 많은 주택을 소유한 이들인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대다수 주택소유자들에 대한 정책과 다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정책 모두로 해석이 가능하다면 설득력을 담보해야 하는 주장글에서는 피해야 할 표현이다.
시사문제와 관련한 글쓰기는 어렵다. 현상에 대한 이해관계인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쓰기의 대상을 현상으로 한다는 것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단순한 정보제공으로 그칠 것인지 아니면 심층적인 가치관 문제까지 언급해야 하는 것인지 범위 설정을 하고 글을 시작해야 한다. 가령 어느 비만환자가 있다고 하자. 너무 살이 쪄서 문제다. 이 환자의 비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직접적인 해결방법은 외과 수술을 통한 체내 지방의 분리제거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해결책이다. 비만문제에는 개개인의 음식선호와 생활습관, 이 시대의 특정음식선호, 기호식품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 종합유선방송국의 광고를 통한 영업이익추구, 각종 식품첨가물의 과다사용, 대형 마트의 이해관계, 심지어 밀과 사탕수수 수출국의 이해관계까지 얽혀있다. 이렇듯 하나의 사회현상에는 복잡다단한 수많은 원인들이 얽혀있다. 그 수많은 원인들 중에서 화자가 범위를 정해서 발제하고 설득을 구하는 것이 주장글이다.
쟁점이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화두이다. 특정 사회현상이 한 두 가지 원인으로 시작된 게 아니듯이, 대책 또한 단순히 정부정책의 변화나 특정 방법의 도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원재 학생은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식적인 측면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과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정부의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현상을 의식과 제도 두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은 안정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글의 전체적인 흐름이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부동산회사의 광고물이나 정부홍보 책자 같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글의 내용을 살펴보자. '하우스푸어가 무려 600만명이다 → 하우스푸어를 방치하면 나라 전체에 큰 문제가 생긴다. → 주택거래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 그래서 내놓은 정부의 4ㆍ1 부동산대책이 신의 한수이다 → 더불어 주택을 많이 보유하는 이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인 글의 흐름은 외견상으로는 안정적이다.
그러나 하우스푸어 문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 없이 해결책을 다룬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비만문제에 대한 외과수술 논의와 다를 바 없다. 수술을 해서 지방을 뺀다한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없다면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지나지 않듯이, 하우스푸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 없이 해결책을 운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만의 주택소유형태와 거주방식, 주택수요공급에 대한 장기계획, 건설-금융회사의 이해관계와 주택정책, 특정지역으로의 인구 쏠림,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가수요 등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아쉽다. 서강대 공공인재학부ㆍ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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