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연말 김장철. 다가오는 주말에 김장을 하려고 계획했던 주부 A씨가 일정을 열흘 가량 미룬다. 김치 재료 구입비용의 높낮이를 보여주는 '김치지수'가 이번 주말을 고비로 내려갈 것이라는 정보가 스마트폰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A씨는 "가격 널뛰기로 상추 가격이 삼겹살보다 비쌌던 일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농산물 유통혁명이 일어날 3년 뒤를 가상해본 것이다. 정부가 27일 내놓은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면, A씨의 사례처럼 대형 할인점은 물론이고 전통시장의 농축산물 시세가 실시간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5년 전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개별 주유소 가격을 공시해주는 사이트와 스마트폰 앱이 개발됐던 것처럼, 전국의 정육점과 청과물 가게의 판매가격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구축되는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선 연말까지 서울 소재 식육판매업소 약 1만여 개의 현황 및 판매가격을 조사해 적정 유통비용을 산출한 뒤 내년부터 양질의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착한 가격업소'를 선정ㆍ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배추, 고추, 파 등 김치 재료의 가격 동향 등을 반영한 '김치지수'를 공개키로 한 것도 소비자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또 수급 불안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과 관련 대체 품목의 실시간 가격동향은 물론이고 향후 가격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알뜰장보기 물가예보'도 제공키로 했다.
농축산물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는 직거래 통로도 대폭 확충된다. 농협 등을 통해 산지에서 값싼 한우를 직접 공급받는 직영 정육점이 현재 500개에서 2016년까지 1,000개로 늘어나며, 축협이 직영하는 정육식당도 서울ㆍ수도권과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향후 3년간 300여 개가 추가로 들어선다.
동네 정육점에서 취급하는 상품의 구색도 훨씬 다양해진다. 지금까지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판매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육점에서도 소시지와 같은 식육가공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연간 1만5,600톤이 재고로 쌓이는 저지방 부위를 이용해 식육가공품이 팔려나갈 경우 대체품목인 삼겹살 가격이 16%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예상이 들어맞을 경우 그 혜택은 소비자와 산지 농축산인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산지 직거래 활성화와 유통경로 간 경쟁 가열로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농축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10~15%가량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재래시장에서 1만5,000원에 판매되는 한우 600g(1등급 기준)의 가격이 2, 3년 안에 1만4,000원 수준으로 떨어지고, 개당 1,250원인 사과(부사 300g)는 1,1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간상인의 유통마진을 축소해 소비자가격을 현재보다 최대 15%가량 낮추고, 이를 소비자와 산지 농축산인에게 2대 1의 비율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게 이번 대책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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