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동창인 A(15)군과 B군. A군은 특별한 이유 없이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반의 B군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괴롭히는 빈도가 늘어나자 B군의 부모는 학교에 “(A군과 다른) 반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는 그저 아이들의 장난으로만 받아들여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졸업으로 끝날 것 같던 이들의 악연은 서울 강남구 모 중학교에 같이 배정되면서 이어졌다. 다행히 A군과 B군의 반은 달랐지만, A군은 다른 반에 있는 B군을 찾아가면서까지 괴롭히기 시작했다. A군은 지난해 3월 가만히 있던 B군을 찾아가 “똥이 묻었다”며 물을 뿌리고 놀리는가 하면, 같은 해 7월에는 지나가는 B군의 다리를 걷어차거나 공을 던져 맞히며 괴롭히기에 이르렀다.
A군의 계속된 괴롭힘에 B군은 결국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고, B군 부모는 A군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교에 신고했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A군에 대해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와 더불어 전학 조치를 의결했고, 학교는 이 결정을 받아들였다.
이에 A군 부모는 “B군과의 문제는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수준의 장난에 불과하고, 반성하고 있는 학생을 전학시키는 것은 가혹하다”며 학교를 상대로 전학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심준보)는 A군 측이 제기한 소송에서 “가해행위 정도가 가볍지 않고 괴롭힘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전학 처분이 가혹하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군이 B군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2011년 각서까지 쓴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악의적으로 학교폭력을 행사했고, B군이 이로 인해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가해행위 정도와 양측 관계를 고려할 때 전학 처분이 재량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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