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6자회담을 포함한 각종 형식의 대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특히 중국의 압박에 따라 대화 재개 의지를 밝힌 북한이 6자 회담 내지는 4자회담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한반도의 위기상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최룡해가 시 주석과의 회동에서 6자회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전날 류윈산(劉云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 “각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한 것에 비해 구체적이다. 언뜻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6자회담에 당장 복귀하겠다는 의사로 들린다.
하지만 시 주석이 최룡해와의 접견에서 비핵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반면, 최룡해가 비핵화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과 주변국이 앞으로 대화 재개의 조건을 놓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중의 언급을 종합하면 최룡해의 특사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의 위기상황은 상당히 완화됐지만 여전히 고려할 변수는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아무런 전제조건을 달지 않은 채 사실상 두 손을 들고 대화를 수용하면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는 한편으로 북한의 기세가 그만큼 꺾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원장대행은 “지난해 말 이후 중국의 특사 방북을 거절하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긴 제스처”라며 “이번 특사 접견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라고 단언했다.
때문에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대북 입지강화를 등에 업고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들어 북한의 도발위협이 고조되면서 한미동맹이 공고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한발 물러서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는 북한을 매개로 전면에 나서 한미 양국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최룡해의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이 전면 재개되고 대화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선 ‘북한과의 대화를 먼저 시작하자’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북 입지 강화를 바탕으로 내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에 대한 발언권을 확대하려 할 경우 미국과의 불편한 긴장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 미중간 미묘한 갈등 속에 북한의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대 한반도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뜩이나 사이가 틀어진 일본의 반발이 거세질 것도 우려 사항이다.
다만 남북관계는 일단 국면 전환의 모멘텀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과거 6자회담이나 미국과의 양자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남한을 배제한 전례가 많아 개성공단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를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앞으로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말과 행동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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