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순위에서 일본은 '부동의 1위' 국가였다. 작년만 해도 총 350만명(전체 입국자 수의 34.2%)이 한국을 방문, 2위인 중국(273만명, 26.7%)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중국인들의 경우, 배를 타고 오는 경우도 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공업계에 있어 일본은 언제나 최대의 시장이었다. 지난해 항공 입국자 수는 일본이 333만명, 중국은 220만명이었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 항공입국자 수에서도 중국이 일본을 앞지르게 된 것. 누적 집계로는 아직 일본인 항공 입국자가 근소한 차이로 중국을 앞서고 있긴 하지만, 현재 추세로 볼 때 다음달이면 이마저도 중국이 추월할 게 확실시된다.
2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기를 타고 국내로 입국한 중국인 수는 총 26만7,524명, 일본인은 18만7,309명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1위를 처음으로 차지했던 지난 2월(중국 21만9,404명, 일본 20만9,154명)에 이어 두 번째다. 3월에는 일본이 앞질렀지만, 이는 일본학생들의 수학여행 시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누적 입국자 수를 봐도 중국인 방문객의 증가세는 매우 두드러진다. 일본은 87만 575명이 우리나라를 찾아 전년 동기 대비 23.5% 줄어든 반면, 중국의 경우 86만7,800명이 입국해 54%나 늘어났다. 여기에다 배를 타고 항구로 입국한 경우까지 합하면 이미 중국이 일본을 14만명 이상 앞지른 상황이다.
이유는 엔저(低)요인이 가장 크다. 중국인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데 비해, 일본 관광객은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여행비용부담 증가 때문에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 항공사들도 중국쪽에 더 신경을 쓰고, 투자도 더 늘리고 있다. 한ㆍ중 간 최다 노선(22개 도시, 31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3월 중국 내륙 고객층이 동경하는 대양지역(하와이, 사이판 등) 휴양과 서울 쇼핑을 결합한 '샵 앤 릴랙스 투어'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인천~타이위안, 인천~난창 등 부정기편 운항을 비롯한 신노선 수요도 계속 개발 중이다.
대한항공(22개 도시, 29개 노선)도 본격 휴가철에 돌입하는 7월 부산~난징 노선을 신규취항 하는 등 중국 노선 운항을 늘리고 있다. 부산~따용, 제주~광저우 등 노선에 각각 부정기편 항공기도 띄울 계획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5곳도 최근 잇따라 신규 취항 및 부정기편 운항을 늘리는 등 중국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 여파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반면, 중국인들은 영토분쟁 등 정치적 이유에 따른 반일감정 고조 등으로 인해 한국을 많이 찾는다"며 "현재 추세로 볼 때 올해는 중국인 입국자가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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