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미국 보스턴 찰스 강변에 위치한 하버드대에서는 생태학자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집필한 베스트셀러 출판 50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장인 샌더스 강당은 마이클 샌덜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를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케네디스쿨 주관의 포럼에는 각 국 대통령과 총리, 세계적 기업의 CEO들이 참석해 특별 연설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흔히 접하고 들어온 하버드대의 모습이다. 역사, 법, 철학, 리더십 및 다양성 등으로 대표되는 하버드대에는 최근 이런 미래 지향적인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첫째, 찰스강 위 쪽 케임브리지 캠퍼스의 창의적 실험 강의 융성이다. 법학전문대학원과 마주 한 피어스 홀에서 진행되는 'How to create things'는 아이디어의 색다름에 가치를 둔 강의의 예다. 예술, 과학, 공학의 창의성 관련 최초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발전시키며 실현시키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강의엔 인문사회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전공의 학생, 교수, 심리학자, 기업가, 모험자본가, 특허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또한 하버드내 예술과 과학의 아이디어 실험을 위한 포럼인 '더 랩'과 국제적 예술‧과학 네트워크인 '발상 전환'도 주요 역할을 수행한다. 작년엔 '가상세계', 올해는 '합성생물학'이 강의 주제이다. 최종 목표는 행복한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제공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실현 즉 영리 기업, 비영리 조직 및 예술적 성과물들을 창출하는 것이다. 강의를 통하여 독창적인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음식을 하나의 예술적 체험으로 승화한 기체 형태의 초콜릿 '휘프', 얇은 막으로 맛을 포장하는 먹을 수 있는 병 '위키셀' 등이다.
두 번째 변화로는 찰스강 아래 올스턴 캠퍼스의 '하버드 혁신랩'(Hi)을 들 수 있다. Hi는 2011년 경영전문대학원에 설립되어 하버드 전체 대학에 걸쳐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창발하는 다양한 주제들의 큰 실험 공간이다. 하버드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MIT의 '미디어랩'이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 공간이라면, Hi는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모든 다양한 학문 분야들에 대한 아이디어 창발, 혁신과 창업 등 기업가적 활동 전반을 지원하고 있고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주제도 다루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저개발국 지역의 물 부족 문제 해결방안 마련, 백신 개발과 원활한 공급 등에 대한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세 번째는 하버드 의과대학이 있는 롱우드 캠퍼스의 비스연구소다. 혁신과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여겨지고 있는 이 연구소는 자연의 원리에 대한 고찰을 통해 보건의료, 에너지, 건축, 로봇 및 제조업 등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이오 기반의 재료 및 기기 개발 등에서의 돌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학제간 원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 연구소의 수월성은, 세계 최고의 연구자, 이론 전문가, 기술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학제간의 벽을 허물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공동 연구를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 꽃에 수분(受粉)시키는 곤충 로봇, 자가진단용 휴대폰 등이 이러한 활동에서 나왔다.
하버드대 내 여러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몇 가지 작은 변화들은 나비효과가 되어 미래에 큰 성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치지 않고 준비하고 만들어 가는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무언가 화두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버드대와 우리는 상황과 그 여건은 다르지만 얼마 전 가수 싸이의 하버드대 강연과 같이 가까운 미래 어느 날 우리가 창의, 혁신과 융합의 멋진 성과로 그 강단에 다시 설 날을 기대해 본다.
한성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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