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덕(61)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의 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서울시 행정직 공무원으로 30년간 일하다 은퇴하고 찾은 두 번째 직장이다. 오전8시 출근해 오후3시까지 매장 식자재를 관리하고 분리수거 등을 한다. 김씨는 "은퇴하고 시니어 엑스포를 찾아 다니면서 일자리를 구했지만 경비나 청소처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대부분이었다"며 "여기서 처음 일할 때는 업무환경이 생소해 힘들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일찍 퇴근하고 운동이나 공부를 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결혼을 하면서 직장을 그만 둔 최미숙(40)씨도 5년 6개월 동안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해 2년 전 매니저로 승진했다. 최씨는 "아이가 자란 뒤 이전 직장에 다시 다녀볼까 했지만 경력이 단절돼 쉽지 않았다"며 "처음 지원할 때는 '나 같은 아줌마도 뽑을까' 걱정했지만 들어와 보니 이미 그 매장에 주부 사원이 4명이나 있더라"고 말했다.
10대나 20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패스트푸드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저임금 아르바이트에 중·장년층 아르바이트생들이 몰리고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질 높은 일자리가 부족해진 가운데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과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대거 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4일 오후 아르바이트 채용을 진행 중인 서울 명동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면접을 기다리는 지원자 5명 가운데 20대는 단 1명뿐이었다. 나머지 3명은 40대 이상 주부였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80세 노인도 있었다.
이선주 맥도날드 인사팀 과장은 "전국 매장 크루(아르바이트생) 인원인 1만3,000명의 15% 정도가 주부 등 중·장년층"이라며 "성실하고 사회경험도 있다 보니까 다른 젊은 크루들에게도 본보기가 돼 중·장년층 채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주부 채용의 날을 따로 열기도 했고, 크루 가운데 최고령자는 83세나 된다.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 사이트에 가입한 50대 이상의 개인회원 수는 2만831명으로 2011년(1만524명)보다 2배 증가했다. 20대 인기 직종인 커피전문점(517건), 패밀리 레스토랑(252건)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50대도 2010년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일은 해야 되겠는데 새로운 일자리는 아르바이트 밖에 없다 보니 중·장년층이 저임금 아르바이트로 몰리고 있다"며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등 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점차 늘려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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