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3) CJ그룹 회장의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탈세와 재산국외도피, 배임 수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휘발성이 큰 주가조작과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착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CJ그룹을 겨냥한 검찰이 당초 목표치를 뛰어넘어 수사 전선을 확대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차명계좌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조세포탈과 국외재산도피 혐의는 이번 수사의 뼈대로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그룹 관재팀을 동원해 국내외에 걸쳐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굴리면서 재산증식을 해온 사실이 수사 착수의 단서가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주식과 부동산 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으로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고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한 부분은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등을 토대로 어느 정도 밑그림을 완성했다. 검찰이 이 회장 일가 6명과 관재팀 라인 전원에 대해 계좌추적을 실시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검찰 관계자는 "액수와 기간을 산정하는 문제만 남았을 뿐 혐의 입증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과 동생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게 거액의 부당이득을 제공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정황도 포착한 상태다. CJ가의 오너 3남매가 모두 사법처리 될 수 있는 사안이라 주목을 받고 있지만, 재벌수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범죄유형이라 파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검찰이 주가조작으로 화살을 돌릴 경우 수사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탈세와 국외재산도피는 이 회장의 불법적인 재산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주가조작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데다 박근혜 정부가 엄벌의지를 드러낸 범죄라는 점에서 죄질이 다르다. 일단 검찰은 이 회장이 2003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CJ㈜ CJ제일제당 등 CJ그룹 주식을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으로 수천억 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사실을 파악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임의제출 형식으로 CJ㈜와 CJ제일제당의 주식거래 내역도 확보,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문제는 이 회장이 이 과정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시세조종을 시도했는지 여부다.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수사의 향방이 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미 이 회장이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2007년 10~12월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이 편법증여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는지도 관심사다. 2008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CJ그룹의 전 재무2팀장 이모(44)씨의 USB와 개인메모 등에는 주요 재벌 그룹의 편법증여 유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 회장의 두 자녀에 대한 증여 부분은 수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국세청이 2008년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확인하고도 세무조사 이후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상속세 1,700억 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도록 봐줬다는 의혹을 검찰이 들여다볼 것인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이 회장과 고려대 동문인 전 정권 실세들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단서나 이 회장의 진술이 나오지 않을 경우 의혹 제기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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