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회주의를 내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에서 정부와 노동자들이 국유 기업을 공동 경영한 것은 소련식 국가사회주의와 구별되는 파격적인 변혁이자 실험이었습니다."
조돈문(사진) 가톨릭대 교수는 24일 "브라질은 안정적인 사회에서 개혁정책을, 베네수엘라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변혁 정책을 폈다는 점에서 중남미의 상반된 좌파 경제모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빈민구제자'란 찬사와 '대중영합주의 독재자'란 비판이 엇갈리지만, 차베스의 사회주의 모델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국내에 제대로 소개한 전문가가 드물었다. 조 교수가 최근 낸 (후마니타스 발행)은 1년 반 동안 베네수엘라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차베스 정권의 경제모델의 명암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 책은 2009년 브라질 룰라 정부의 경제모델을 분석한 의 속편으로, 차베스 정권으로 대표되는 중남미 경제모델의 성과를 분석하고 이 사례가 한국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성찰한다.
조 교수에 따르면 차베스 정부의 공동경영의 성과는 기업에 따라 달랐다. 종이 만드는 회사 인베팔과 밸브 만드는 회사 인베발은 2005년 차베스 정부에 의해 국유화해 공동 경영의 모델이 됐다. 회사 지분 51%는 정부가, 49%는 노동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이사회 이사진은 정부 측 2인, 노동자 3인으로 구성됐다. 차베스 정부의 목표는 회사 이윤으로 노동자가 정부 지분을 계속 인수해 '황금 지분' 1%만 남기고 노동자측이 99%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었다.
출발은 같았지만 인베팔과 인베발의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인베발의 노동자들은 지분을 국가에 헌납해 소유는 국가가 경영은 노동자가 전담하는 방식으로 체제를 전환했다. 이어 모든 구성원이 동일 임금을 받으며 공장 내 직무를 순환 담당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모델을 구축했다. 반면 인베팔은 공동경영 실시 이후 노동자측과 정부측이 이사 선임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는데다 경영까지 악화하며 표류하고 있다.
조 교수는 "차베스 이후에도 변혁 실험이 꾸준히 추진될 제도적 장치, 기반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유 기업의 공동 경영은 해당 기업이 재사유화화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이후 변혁 모델이 과거회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는 중남미 노동 갈등, 경제 구조는 한국과 상당히 유사하며 한국적 상황에 맞춰 '맥락적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 교수는 "21세기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절실한 시대"라며 "지역주민이 정부 예산을 집행하고 감시하는 베네수엘라의 공동체위원회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