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개봉 맞춰영화 티켓·사은품 등 주며번역본 100여종 출혈 경쟁사재기 등 불법 마케팅도 만연문학 책을 실용서로 할인 판매팔고보자식 행태 시장 교란도저자와 만남·독자 심사위원…쌍방향 소통 긍정 평가 불구"과잉땐 책의 가치 훼손" 지적
출판 불황이 계속되자 책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출판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영화 티켓처럼 관련 상품을 끼워주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북 콘서트를 발전시켜 작가와 식사를 같이하는 이벤트까지 등장했다. 지탄을 감수하면서 사재기 같은 불법이나 엄연한 문학서를 실용서로 분류해 할인율을 높이는 편법, 최대의 마케팅 수단인 무차별 할인도 서슴지 않는다.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책을 널리 알리는 것을 탓할 필요야 없겠지만 도를 넘어선 마케팅은 독자들을 오히려 책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출판계에서 가장 열띤 마케팅이 벌어진 책은 . 인터파크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로 검색되는 국내 도서는 민음사, 문학동네 등 유명 출판사를 포함해 100여 종에 이른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개봉을 염두에 두고 올해 새로 나온 것만 15종이다. 가장 많이 팔린 김욱동 번역의 민음사 책은 지금까지 21만부가 팔렸는데, 영화 개봉에 즈음한 최근 한달 사이에만 4만부가 나갔다. 소설가 김영하의 번역본을 낸 문학동네나 신뢰받는 번역가 김석희 버전의 열림원 책도 영화 개봉을 전후해 물꼬 트인 듯이 팔려나간다.
이 책들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데는 '스크린셀러'(유명 영화 원작)라는 시의성에다 반값 수준의 대폭 할인 전략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여러 출판사가 영화 티켓이나 영어판을 끼워주는 것도 효과를 발휘한다.
저자와의 만남이나 북 콘서트 역시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에서 시작된 마케팅 수법. 출판사로서는 충성독자를 확보할 수 있으며 강연 내용이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퍼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낼 수 있고, 독자 역시 작가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라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일찌감치 작가를 등장시킨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벌여온 문학동네는 천명관의 이 영화와 함께 인기를 끌자 작가와 독자가 함께 식사를 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어린이 책 전문 출판사 비룡소는 어린이 장르문학상 '스토리킹' 심사에 아예 어린이 독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독자의 취향을 미리 파악하고 잠재고객에게 홍보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요즘 들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중요한 홍보 수단이다. 출판사들은 출간 예고,안내는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이벤트나 출판사 소식 등을 공식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에 끊임없이 올린다. 독자들의 관심을 붙들어두기 위해 SNS에 책 속의 인상적인 구절을 반복해서 올린다거나 작가의 동향을 상세히 알리기도 한다.
마케팅을 고민하는 건 서점도 마찬가지다.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들은 연중 내내 할인이나 책 관련 상품 끼워주기 외에도 독자들이 구미 당길만한 이벤트를 고심해서 내놓는다. 교보문고는 여행도서 구매자 중 추첨해 고가의 유럽 왕복 항공권을 비롯해 캐리어 등 경품을 제공하는 '책, 여행을 만나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알라딘은 육아 멘토로 떠오른 소아정신과의사 서천석씨의 책을 사면 엄마표 상장, 보물수첩과 걱정평가표 등의 사은품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스24는 지난 연말 일정금액 이상을 구입한 고객에게 머그컵과 스케줄러 등 증정 이벤트를 실시했는데 준비한 12만개의 상품이 20일만에 동이 났다.
이 같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일부 팔리는 책만 팔리고 다수의 책이 사장(死藏)되는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한 대형 출판사 대표는 "광고비나 홍보비를 따로 책정해 놓고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를 하고는 있지만 책 구매와 직결 되는 것 같지 않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출판사들이 불법ㆍ편법 마케팅에 쉽게 유혹 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황석영씨의 소설 를 낸 출판사 자음과 모음 등 불거진 '사재기'는 엄연한 불법이지만 출판사들이 '우리 빼고는 다 한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만연한 마케팅 수단이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사다보니 일단 무리를 해서라도 베스트셀러에 올려 놓는 것보다 더 좋은 홍보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의 제한을 받지 않으려고 문학 책을 실용서로 분류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내놓는 출판사도 갈수록 늘고 있다.
출판 마케팅은 독자들을 유인하는 좋은 수단이지만 지나칠 경우 오히려 책의 가치를 훼손해 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한 출판 전문가는 "책 내용 보다 遣Ζ??우선해 독자를 공략한다거나 불법ㆍ편법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오히려 독자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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