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위안부 할머니 하시모토 면담 거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위안부 할머니 하시모토 면담 거부

입력
2013.05.24 12:06
0 0

하시모토 “그분들의 기분 존중하겠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24일로 예정됐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일본유신회 공동대표)과의 면담을 거부했다. 반성을 하기는커녕 망언을 계속 늘어놓는 하시모토를 만났다가 그의 술수에 놀아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시모토는 “유감이지만 그분들의 기분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을 순회하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김복동(87), 길원옥(84) 할머니는 이날 오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통해 “하시모토 시장은 면담 대상이 아니라 심판의 대상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며 면담 거부 이유를 밝혔다. 할머니들은 “하시모토 측이 13일 (우리를) 만나겠다는 의사를 보내와 이를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일본 순회에 나섰다”며 “하지만 하시모토는 이후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는 등 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대신 이날 오사카 시청 앞에서 하시모토의 망언 철회와 사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할머니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하시모토가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면담 일정이 가까워질수록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 면담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두 할머니는 일주일간 계속된 일본 일정으로 피로가 겹쳐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면담을 주선한 일본 시민단체 ‘일본군 위안부문제 간사이네트워크’는 오사카 시청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하시모토가 면담 도중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를 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하시모토의 이런 행동은 자신의 반인권적 발언이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엔 등의 비판으로 이어져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자구책으로 강구된 각본”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들도 하시모토가 할머니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하시모토가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면 ‘일본 정부에 위안부에 대한 법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법적 책임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배상 책임과 다르지만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도의적 책임보다는 한 걸음 나아간 개념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시모토는 일본유신회를 통해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나 이를 두고 “하시모토가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을 피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하시모토는 이날 오후 4시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그분들의 심정을 받아들인다”면서도 “국가가 여성을 납치하고 매춘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가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이상 국가에 의한 강제 동원은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오해를 초래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일본이 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나다 도모미 일본 행정개혁담당장관이 하시모토의 망언을 두둔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다나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제도는 슬픈 것이지만 전시 중엔 합법이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나다는 그러면서도 “(위안부 제도가) 지금이든 전시 중이든 여성 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사카=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