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산 지명에 한자표기 빠져서 기입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가 과거 양국관계가 불편했던 시기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 특사를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와 너무도 닮아 눈길을 끌고 있다.
시 주석은 최 총정치국장이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인 21일 베이징(北京)을 떠나 쓰촨(四川)성 시찰에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달 대규모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쓰촨성 중심지인 루산(蘆山) 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둘러 보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또 이튿날에는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23일까지 지방 시찰을 이어갔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지방행에 대해 의도적인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특사파견을 조율한 뒤 미국과 우리 정부에까지 사전통보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이런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발사와 3차 핵심험 이후 북중 양국간에 냉기류가 형성돼 온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측이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시 주석의 특사‘홀대’는 공교롭게도 김정일 위원장이 2009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보였던 행보와 똑같이 닮았다.
당시 북중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됐던 상황도 비슷하다. 2009년 4월 북한은 중국의 반대에도 장거리 로켓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어 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제재 결의‘1874호’를 채택했고, 중국은 그 해 8월 6자 회담 의장인 우다웨이(武大偉) 당시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보내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지만 호응하지 않았다.
결국 중국은 같은 해 9월 16일 다이빙궈(戴秉國) 당시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후 주석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해 재차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특사 방문 다음 날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자강도의 희천발전소 댐 공사장을 시찰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측에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다이빙궈 특사는 18일 귀국 당일에야 김 위원장을 어렵사리 만나서 후 주석의 친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한 외교관계자는 “우방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과 북한 간에 서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에는 분명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제스처를 통해 양국간 협의에 있어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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