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적극적인 대화의 뜻을 전하면서 경색된 북중 관계가 다시 풀릴지 주목된다.
최 총정치국장은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6자회담 등 다양한 형식의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북한과 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매우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전날에는 류윈산(劉云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만나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국과 대화를 전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중국의 '얼굴'을 세워주기 위한 의도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 언론들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신경보(新京報)는 24일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처음으로 정확한 선택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만의 중국시보(中國時報)도 "최 총정치국장의 언급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 체면'을 살려주며 북한이 중국과의 전통 우호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 총정치국장이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 것도 중국이 내심 바라던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그 동안 무모한 핵 게임을 하는 북한을 향해 경제를 발전시켜 인민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최 총정치국장은 류 상무위원에게 "북한은 경제 발전에 정력을 집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가 24일 판창룽(范長龍)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만나 "북한 인민은 평화롭고 안정된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북한과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북한이 중국의 말을 듣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제3차 핵실험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제로 최 총정치국장은 자신이 특사로 온 목적이 북중 관계를 개선, 공고하게 발전시키는데 있다고 털어놨다. 그 동안 중국은 일부 국영은행들을 통해 조선무역은행 계좌까지 동결시키는 등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안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북한을 압박해왔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90%를 넘는 북한에게 실질적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북중 관계 복원은 북한의 절실한 과제란 얘기다.
최 총정치국장의 방중으로 불편했던 북중 관계가 다소 해소될 경우 중국의 대북 식량 원조가 재개되는 등 가시적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환경도 더 무르익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미 경제와 핵 무력을 병진 건설하겠다고 천명한 터여서 양국의 근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의 간극은 특사를 한번 파견하는 것으로 해소되기 힘들만큼 벌어진 상태다.
북한이 대화하겠다는 말을 했더라도 실제 행동이 따라주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외교석상에선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는 듯한 모양새로 실리를 취한 뒤 돌아서면 뒤집었던 전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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