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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성결혼 합법화 증가… 혐오증·폭력사태도 '부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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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동성결혼 합법화 증가… 혐오증·폭력사태도 '부쩍'

입력
2013.05.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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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프랑스 남성 도미니크 베네가 21일 오후 4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 제단 옆에서 자신의 입 안에 산탄총을 발사해 목숨을 끊었다. 극우 군인단체인 육군비밀결사대(OAS)의 일원으로 알려진 그는 자살 직전 블로그에 자신의 마지막을 암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동성애에 반대하는 그가 프랑스의 동성결혼 합법화에 사회적 경종을 울리겠다며 자살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프랑스는 앞서 18일 전세계에서 열네번째로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인정한 지 12년 만이다.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나라는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덴마크 등 유럽에 몰려있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유럽에서 동성결혼 허용 국가가 늘면서 동성애 혐오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일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각이 이분법적으로 극명하게 갈리며 또 다른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 27개국 및 크로아티아의 18세 이상 성소수자(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9만3,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려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된다.

설문조사에서는 '지난 1년간 성적 취향 때문에 차별을 경험했다'는 대답이 47%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남성 동성애자의 75%는 자기 검열 차원에서 길거리에서 손을 잡는 간단한 스킨십을 자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는 지난 1년간 자신이나 가족이 자신의 성적 취향 때문에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루마니아 출신의 27세 여성 동성애자는 설문 조사에서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남자들이 계속 즉석 만남을 제안해 참다 못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더니 그들이 갑자기 나를 폭행했다"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니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동성애 혐오즘이 개인간 폭력 행위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체코에서는 대통령이 동성애자를 공개 폄하했다. 이 나라 교육법에 따라 대학교수 임명권을 갖고 있는 밀로스 제만 대통령은 최근 동성애자란 이유로 유명 문학사 학자의 교수 임명을 거부했다. 제만 대통령은 TV 인터뷰에서 "게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대학 교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추진 중인 동성결혼 허용 법안에 여당인 보수당 하원의원의 3분의 1 가량이 반대하고 있다. 21일 3차 표결에서 동성결혼 허용 법안이 하원을 최종 통과했지만 캐머런 총리는 당권 장악력과 리더십에 상처를 받았고 불신임 위기에까지 몰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총리 불신임 분위기가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 강경파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디언은 "보수세력은 동성결혼을 유럽의 기독교적 패러다임에 대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며 "유럽 전역에 동성결혼 허용 분위기가 확산됨에 따라 이에 반대하는 의견 표출이 더욱 과격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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