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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무엇을 위해 올라갔나 무엇을 얻어 내려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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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무엇을 위해 올라갔나 무엇을 얻어 내려왔나

입력
2013.05.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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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309일의 고공농성을 끝내고 타워크레인을 내려서던 김진숙씨의 환한 웃음은 한국노동운동사의 커다란 자랑거리로 남을 것이다. 거대 자본에 맞서 이룬 한진중공업과 그의 승리는 현안의 과실뿐 아니라 숱한 이들의 희생과 경이로운 투지, 희망버스로 상징되는 연대의 열정으로 빛났다. 하지만 그 승리의 서사에서 가장 돋보일 대목은 정치도 자본도 노동 앞에 고개 숙일 수 있다는 것, 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현상해냈다는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과연 승리이기만 한 것일까. 23일 통계청 조사결과 올 1분기 비정규직(시간제 포함) 숫자는 여전하고, 정규직 대비 임금 격차는 오히려 전년동기비 2.3%P나 벌어졌다. 부당해고도 여전하다.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우리는 벽은 뚫었지만 제도나 입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2012년 여러 노조가 각자의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평택 쌍용차와 울산 현대차가 송전탑에 올랐고, 유성기업과 재능교육 등이 저마다의 벼랑을 선택했다. 해고자 복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한진중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요구는, 하지만 농성 100일 200일이 넘도록 외면당했거나 당하고 있다. 그들은 빈손으로, 망가진 몸으로 송전탑을 내려왔다.

하지만 패배일까. 그들은 문제제기에 성공했고, 많은 이들에게 그 문제가 '내 문제'임을 깨닫게 했다. 굳이 패배라면 문제를 풀지 못한 정치와 법의 패배이고, 그 패배를 외면함으로써 방조해 온 이 사회의 패배라 해야 옳을 것이다. 모든 고공농성장 아래에는 농성자의 일상을 책임지는 동지들이 있고, 더 뒤에서 응원하는 시민들이 있다. 농성장을 내려온 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비로소 승리의 전망을 얻었다"고, "계속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당연한 말이지만, 농성의 높이를 지탱해주는 넉넉한 연대의 바닥이 농성의 승리, 이 사회의 승리를 완성할 것이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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