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세어링(Job Sharing)은 기존 근로자들의 근무시간과 임금을 줄여 그만큼 고용을 확대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늘리자는 얘기다. 잡세어링은 직무를 쪼개 일자리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고, 워크세어링(Work Sharing)은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구분을 하기도 하지만, 통상 '일자리 나누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혼용된다. 1980년대 이래 유럽 각국이 불황에 따른 고실업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고용정책으로 잇달아 추진했다.
▲ 잡세어링에 성공한 나라로는 네덜란드가 꼽힌다. 1980년만해도 고용률이 55%까지 하락했던 네덜란드는 82년 사회적 대타협인 '바세나르협약'을 도출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 자제를 결단하고, 재계는 일자리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 역시 공무원의 임금과 사회보장 수당을 삭감키로 했다. 10% 전후였던 임금인상 요구는 5% 미만으로 떨어졌고, 주당 평균 40시간이던 근로시간은 38시간으로 줄었다. 그 결과 99년엔 고용률 70.8%를 달성했다.
▲ 하지만 성공보다는 실패사례가 더 많다. 독일은 80년대 중반 금속산업노조의 요구로, 프랑스는 98년에 각각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대대적 잡세어링을 추진했다. 하지만 임금이나 정규직 감소 같은 부작용이 부각되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도 2010년 노사정위원회가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 고용기반을 넓히자는 합의에 이르렀으나, 노사 모두의 엇갈린 이해로 구체적 실행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고용률 70% 달성을 공약한 박근혜 정부 역시 잡세어링의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노사정위를 통한 임금ㆍ노동시간ㆍ일자리 등에 대한 포괄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아직 사회적 공감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뜸 공공부문 잡세어링을 들고 나왔다. 공공부문 근무시간을 줄여 고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임금이나 복지혜택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다. 고용률 높이자고 공무원 숫자만 또 늘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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