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작가가 되려면 3단계를 거쳐 성공해야 한다. 먼저 권위 있는 화랑, 미술관, 대형 기획전을 통해 데뷔한 뒤, 다음 단계로 중요한 아트페어에 참가해 대중적 인기를 모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옥션에서 작품이 고가에 낙찰돼야 한다. 흔히 경매 최고가를 찍는 슈퍼스타들은 작품성도 인정받게 마련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미술시장 분석회사 '아트프라이스'가 2010년 발표한 1945년 이후 출생자들로 1위부터 10위까지 순서는 다음과 같다. 장 미셸 바스키아(미국) 제프 쿤스(미국) 피터 도이그(스코틀랜드) 리처드 프린스(미국) 마르틴 키펜베르거(독일) 데미언 허스트(영국) 천이페이(중국) 쩡판즈(중국) 마우리치오 카텔란(이탈리아) 애니시 카푸어(영국).
프랑스 비평가 랑시에르 식으로 말하면, 이들의 공통점은 '감각의 분배'를 보여주는 예술가란 점이다. 현대미술은 예술을 자연의 재현체계로 보는 전통적 미의식에 의문을 품고 반항하는 데서 시작한다. 때문에 기존의 감각을 전복해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키펜베르거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색그림'(1972년 작)을 구입해 나무액자에 넣고 다리 4개를 붙여 탁자로 만들어 자기 작품으로 출품한다. 1987년 작 '모델 인테르콘티'다. 키펜베르거는 작품 재료(리히터의 작품)보다도 싼 가격에 이 작품을 팔면서 기존 미술시장의 거품을 알렸고, 역설적으로 자기 작품값을 높였다.
작가의 유명세는 미술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바스키아의 경우 1980, 9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미술시장이 활성화하고 젊은 콜렉터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팝아트와 구별되는 신선한 작가로 각인되며 스타가 됐다. 천이페이와 쩡판쯔의 부상 역시 중국 미술시장 거품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데미안 허스트는 비즈니스 매니저를 고용해 갤러리를 거치지 않고 영국 소더비 경매에 직접 작품을 판매해 2,280억원을 벌었다. 제프 쿤스, 애니시 카푸어도 갤러리보다 직접 고용한 매니저와 함께 일한다.
이 책은 작가 개인사에서 시작해 작품의 경향, 스타가 되게 한 역사적인 작품, 미술시장 상황을 소개하며 작가들이 화랑-아트페어-옥션으로 이어지는 3단계를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설명한다. 뜬금없는 작품에 터무니 없는 가격이 매겨져 있는 것 같지만 작품 의도와 사회적 맥락을 볼 때 이들 작품은 '그럴 만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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