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계의 소비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명목 1.0%, 실질 2.4%나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명목 3.6%, 실질 7.2%의 감소를 기록한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도 명목 1.7%, 실질 0.3% 증가에 그쳐 실질소득 증가율 기준으로 2011년 2분기 이래 최저 수준이다. 소득이 약간 늘어나긴 했지만 경제전망이 불투명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는 양상이 뚜렷하다.
소비지출은 2009년 1분기에 바닥을 때린 후 2010년 1분기에는 명목 9.6%, 실질 6.3%까지 빠르게 늘어났으나 이후 증가율이 꾸준히 줄었다. 올 1분기의 급격한 소비지출 감소에는 무상보육 확대 등 정책지원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이런 정책적 간섭요인을 배제하더라도 0.08% 감소라는 분석에서 보듯, 전반적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을 뒤엎지는 못한다.
날로 뚜렷해지는 불황의 조짐은 다른 데서도 잇따른다. 국내총생산(GDP)를 이루는 소비와 투자, 재정, 수출 가운데 이미 민간기업의 투자는 소비보다 앞서 위축돼 왔다. 재계는 정치권과 국민 사이의 활발한 경제민주화 논의에 화살을 돌리지만,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최근의 급격한 엔저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어 섣불리 생산확대에 나서기 힘든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버텨온 수출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전년 동월대비 0.4% 증가를 유지, 15개월 연속 무역흑자를 이었지만 언제 감소세로 돌아서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시장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산집행이 최대한 상반기로 앞당겨 집행되고, 지난달 추가경정예산까지 확보하는 등 재정(정부지출)은 꾸준하지만, 이 또한 하반기 이후에는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
불안 심리가 더 굳어지기 전에 소비ㆍ투자 심리를 깨울 자극책이 마련돼야 한다. 구조적 어려움에 시기적 긴박성까지 겹쳐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어깨가 한결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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