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일 부회장을 비롯한 농협중앙회 임원진이 경영성과 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다. 24일 농협은 윤종일 부회장, 김수공 농업경제대표이사, 최종현 상호금융대표이사, 이부근 조합감사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퇴임하는 경영진은 "농협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사업구조개편의 원활한 마무리와 농업인 실익사업 추진 등 많은 성과를 이뤘지만 경영성과 부진과 전산사고 등으로 농업인과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데 다소 부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한 데 이어 열흘 만에 중앙회 경영진들이 일괄 사퇴하자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회장에 대한 임원진의 집단 반발 표출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선출직 중앙회장과 임명직인 지주회장과 중앙회 임원진 사이에 갈등이 표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 중앙회장의 경우 비상근ㆍ선출직으로 법적 권한은 없지만 실제로는 인사권과 예산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경영전략 수립, 인사, 예산, 조직 등 모든 면에서 최 회장과 부딪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사표를 낸 임원들도 모두 임명직인 반면 선출직인 남성우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일괄사퇴에서 빠졌다.
이런 추측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선거로 뽑힌 임원은 경영이 잘되면 잘되는 데로, 못되면 못되는 데로 임기 동안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임명직 임원들이 경영 쇄신을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협이 신 회장 등의 사퇴 후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규모 인사를 실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사 물갈이를 통해 최 회장이 기강 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최원병 회장은 2007년 12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에 선출된 후 지난 2011년 11월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15년 12월까지이다.
한편 이날 NH농협금융지주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사의 표명을 한 신동규 회장의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사외이사 2명, 이사회 추천 외부전문가 2명, 농협중앙회장 추천 1명 등 5명으로 이뤄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했다. 회추위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후보 논의 등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회추위는 공모제 대신 헤드헌터 업체와 농협 내부 추천을 받아 회장 후보군을 3~5명으로 추린 뒤 면접을 거쳐 단독 후보를 계획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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