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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찔끔 늘고 지갑은 꽉 닫은 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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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은 찔끔 늘고 지갑은 꽉 닫은 가계

입력
2013.05.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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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분기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 불안감에 소비가 크게 줄면서 '불황형 흑자'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소득ㆍ지출 동향을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4만3,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 감소,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3.6% 감소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가구·조명(-11.4%), 가전·가정용기기(-4.5%) 등 경기변동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가 크게 줄었다. 식료품ㆍ비주류음료도 1.6%가 줄어 먹는 것도 줄이는 형편이다. 하지만 주류 지출은 10.1%나 늘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소비 감소는 소득 증가가 변변치 못했던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1분기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19만3,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증가했다. 역시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률(-0.5%)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득 증가율의 감소는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1년 전보다 2.5%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불경기 여파로 자영업자들의 사업소득은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는 정책적인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정부의 영ㆍ유아 보육비 지원, 약가일괄인하 등의 정책 효과로 가계 소비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교육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고, 어린이집 비용 등이 포함된 기타상품·서비스 부문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3% 감소했다.

소비가 줄어들면서 가계의 흑자는 역대 최고다. 1분기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39만1,000원으로 1.7% 증가했다. 저축능력을 보여주는 흑자액은 84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8% 늘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소득 및 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흑자액 증가로 소비 여력이 커져, 추가경정예산과 금리 인하 등의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는 하반기 이후에 소비ㆍ지출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저소득층의 소득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분배 측면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분위별 소득을 보면 하위 20%에서 6.7%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부의 분배가 잘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말 기준 0.307로 전년 0.311보다 0.004포인트 하락했다. 상위 20% 계층의 소득을 하위 20% 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도 5.54배로 1년 전(5.73배)보다 낮아졌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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