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에 한 번씩 요통이 오곤 하는데, 드디어 그것이 찾아왔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심할 경우엔 눕지도 앉지도 못할 정도의 통증이 온다. 정형외과에 가서 진단을 받아본 결과, 다행히도 디스크는 아니고 자세불량, 운동부족,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된 근육통 같은 거라고 했다. 어쨌거나 요추를 둘러싼 근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이다. 침을 맞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길래 며칠 전에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다. 원장 선생님이 물었다. "커피 마셔요?" "아니요." "그럼 녹차와 홍차는요?" "그건 엄청 좋아합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녹차와 홍차 마시지 마세요. 허리와는 상극이에요." 그건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다. 카페인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하는 내게 녹차와 홍차는 거의 유일한 기호품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너무나도 큰 상실감에 한의원을 빠져 나와서 만나는 사람마다 다시금 확인했다. "허리 아픈 데 녹차와 홍차가 안 좋다는 게 사실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의원의 경우엔 금기시하는 게 워낙 자의적이어서 무시를 해도 좋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면서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주기적으로 해주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런데도 나는 한의원 원장님의 선고 이후 아직 홍차와 녹차를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이 불행한 낙인의 공포를 잊기까지는 얼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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