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에서 '천적'은 분명 존재하는 것일까. 김지석은 올해 성적이 23승4패(승률 85%), 홍성지는 21승3패(승률 88%)로 두 선수 모두 현재 승률 1, 2위를 다툴 정도로 요즘 연전연승을 거두며 기세가 등등하다. 이에 따라 랭킹도 급상승, 김지석이 입단 후 처음으로 이번 달에 2위에 올랐고 홍성지는 전달보다 무려 6계단이 올라 15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이들 모두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상대가 있었으니 바로 '천적' 박정환과 이영구다. 박정환은 랭킹 3위, 이영구는 랭킹 14위로 겉으로 보기에는 김지석, 홍성지와 서로 엇비슷한 상대지만 이상하게도 지금까지 맞대결에서는 김지석이 박정환에게 3승9패, 홍성지는 이영구에게 1승7패로 크게 밀렸다.
공교롭게도 20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9기 물가정보배 C조 1회전에서 김지석과 박정환, 이영구와 홍성지 두 쌍의 천적 관계 기사들이 또 만났다.
특히 김지석과 박정환의 대국은 랭킹 1위 이세돌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국내 바둑계 대권 주자들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바둑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두 선수는 초반부터 상대를 의식한 듯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난타전을 펼쳤다. 중반 들어 김지석의 강수가 성공하면서 한때 우세한 듯 했지만 박정환의 반격이 성공, 오히려 김지석이 위기에 몰렸다. 결국 수읽기 싸움에서 한 발 앞선 박정환이 불계승을 거뒀다. 김지석과의 상대 전적도 10승3패로 차이를 더 벌렸다.
이영구와 홍성지의 대국 역시 비슷한 패턴이었다. 초반에는 이영구가 착실한 득점으로 형세를 유리하게 이끌었고 중반 이후 홍성지가 반격에 나서면서 엎치락뒤치락 혼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이영구가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3집반을 남겼다. 이로써 홍성지와의 상대 전적은 8대 1이 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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