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53) CJ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및 재산 증식과 은닉 수법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해외 은행 차명계좌에 묻어둔 종잣돈을 국내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거둔 뒤 다시 국외로 빼돌리는 방식이 주로 동원됐다.
차명계좌로 자사주 매매, 차익 이전
이 회장이 CJ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운용하는 재산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져 있다. 그가 2008년 국세청에 자진납부한 세금이 1,700억원대라는 점에 비춰 전체 규모가 3,500억원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 회장은 이 중 상당 부분을 해외로 빼돌렸고, 자금 출처를 숨긴 채 국내로 들여와 증식해 다시 해외로 송금해 은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T사 명의로 홍콩의 스위스계 은행에 입금한 80억원 상당의 돈이다. 이 회장은 이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임직원 명의 증권계좌로 CJ㈜, CJ제일제당 등 자사주를 매입했다가 140억여원에 팔아 60억 상당의 이득을 낸 뒤 다시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확인한 자금흐름만 이 정도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3년부터 최근까지 수천억원대 비자금으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CJ㈜, CJ제일제당 등의 주식을 반복 매매해 수천억원의 수익을 거두고 이에 따른 포탈세액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그룹이 자사주 시세조종을 했을 가능성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한∙일 부동산 투자수익 해외 유출
해외 비자금을 한국이나 일본의 부동산에 투자해 그 수익을 다시 해외로 빼돌리는 방식도 동원됐다. 검찰은 CJ그룹이 경기도 화성동탄물류단지 조성사업 과정에서 해외 비자금으로 부지 일부를 매입한 뒤 비싸게 양도해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당시 CJ그룹은 땅 매입을 위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펀드인 마르스 PFV(현 케이에코로지스)를 참여시켰는데, 검찰은 이 펀드에 CJ의 해외 비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와 비슷하게 해외 비자금으로 일본 도쿄(東京) 번화가인 아카사카(赤坂) 소재 부동산을 차명으로 매입한 뒤, 임대수익 등 부동산 투자에 따른 수익을 다시 해외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미술품 등 실가격보다 비싸게 구매
CJ 오너 일가가 해외 미술품과 악기 구입 등을 통해 비자금을 해외로 이전한 수법도 조사되고 있다. 실제 가격보다 훨씬 높은 대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했다는 것이다. 이미 이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1,400억원이 해외로 밀반출돼 고가 미술품 100여점을 구입하는데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회장은 이렇게 해외로 빼돌린 돈을 외국계 은행 등에 차명계좌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해온 전 CJ 재무팀장 이모(44)씨가 2007년 홍콩의 스위스계 은행에 차명계좌를 개설해 CJ계열사 자금 100억원을 예치한 정황을 포착하고, 해외 비자금이 예치된 다른 계좌가 더 있는지 추적하고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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