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용접로봇, 육중한 차체를 다음 공정으로 밀어내는 컨베이어벨트, 근로자들의 손에 들린 다양한 전동 공구들이 내는 소음…. 22일 찾아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의 쓰쓰미공장의 겉모습은 여느 자동차 공장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쓰쓰미 공장은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이자, 세계 1위 완성차 메이커인 도요타의 간판공장.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차인 프리우스를 생산, 작년엔 전세계 공급 물량의 65% 가량(39만4,000대)을 만들어냈다. 프리우스가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공장은 글로벌 하이브리드의 메카인 셈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5만대를 생산했지만 이후 해외생산이 늘어나면서 한때 생산량이 25만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프리우스 인기에 힘입어 지금은 예전 생산 수준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쓰쓰미공장에서는 5,900여명의 근로자들이 프리우스 외에도 캠리 하이브리드, 프레미오, 아리온 등 8종, 모두 50만대 가량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측에 엔저(低)가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되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그들은 마치 환율 때문에 부활한 것처럼 여겨지는 게 못마땅한 눈치였다. 코니시 코키 상무는 "2012 회계연도 영업이익 증가분은 9,000억엔인데 이 중 엔저로 인한 이익은 1,500억엔에 불과하다. 나머지 7,500억은 다양한 원가절감, 생산혁신, 생산증대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엔저 덕을 본 건 맞지만, 그보다는 피나는 혁신의 결과라는 얘기였다.
다른 관계자도 "2008년 리먼 사태 전 1달러당 120엔이던 환율이 작년엔 한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75엔까지 갔던 적이 있을 정도로 잔인한 시절을 보냈지만 우리는 결국 버텨냈다"면서 "사상 최대의 실적의 공을 환율로 돌린다면 정신재무장, 생산체질개선을 견뎌낸 직원들에겐 서운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도요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엔고, 리콜 파동 등으로 판매가 30% 급감하자 부품 금형 크기부터 줄였다. 그 결과 설비투자비를 절반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다. 또 생산라인 공구교체 시간을 4시간에서 무려 20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등 생산성과 효율개선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GM에 내줬던 세계 1위 자리를 2년만에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현재의 호조에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코니시 상무는 "바닥을 경험하고 다시 올라온 만큼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엔저든 엔고든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자동차 회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궁극적인 해답은 환율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차를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공장 벽에 적힌 '자동화'란 문구가 유독 눈길을 끌었다. 자세히 보니 自動化가 아니라 自働化였다. 움직일 동(動)이 아닌 몸을 굽히고 펴서 일한다는 뜻의 동(働). 회사 관계자는 "품질은 결국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도요타는 불량품을 절대 다음 공정으로 넘기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작업자 누구라도 생산에 문제가 있으면 조립라인 위의 흰색 줄을 잡아 당겨 팀장을 부르거나 라인을 일시적으로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느 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생산라인 세우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장치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3년간 신규 공장을 증설하지 않겠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기존 공장의 생산효율성 제고를 통해 올 초 생산 목표로 세운 974만대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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