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전년 대비 6.5% 올라 970만달러(109억원ㆍ중간값 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1.6% 상승해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쳤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CEO 연봉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올랐다. 2010년에는 무려 24%, 2011년에는 6%였다. 2008, 2009년 세계 금융위기로 2년 연속 하락했으나 이후 급격한 상승률을 보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기업 중에서 지난달까지 자료를 공개한 CEO 323명의 자료를 분석한 것이다.
반면 미국 전체 노동자의 임금은 2010년 1.1%, 2011년 1.2%에 이어 지난해 1.6%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노동자 임금 중간값은 3만9,900달러(4,509만원)이었다.
최고 연봉은 CBS방송의 레슬리 문베스 사장이 6,030만달러(680억원)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미디어기업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스의 데이비드 자슬라프가 4,990만달러(563억원)로 뒤를 이었다. 10위권 내에 5명이 연예ㆍ미디어 산업 소속이었다. 중간값 연봉이 가장 높은 산업은 보건업계로서 1,110만달러(125억원)였다.
지난 몇 년간 CEO들의 과도한 연봉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연봉체계를 손보고 있다. AP통신은 "점점 주식을 직접 주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봉 중에서 자사 주식을 더 싸게 살 수 있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지급한 비율은 지난 5년간 31.9%에서 17.6%로 떨어진 반면 주식 자체로 지급한 비율은 31.7%에서 44.3%로 뛰었다. 주식으로 CEO 연봉의 일부를 주면 바로 회사 실적과 연봉을 연계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그 해 CEO 연봉도 떨어지거나 최소한 상승률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지만 CEO 연봉 인상률이 직원의 인상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기업이 CEO의 연봉과 소속 직원의 임금 및 상승률을 비교해 공시하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강제해야 한다는 비판론자들의 요구가 있다"고 전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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