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에 몇 만원씩 하는 대학 교재를 스마트폰용 무료 앱으로 내려 받을 수 있다면?'
저작권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불가능했던 상상이 부산의 한 대학 경영학 수업시간에 현실이 됐다.
교수가 대학교재를 PDF 파일로 전환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올려놓으면 수강생들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앱을 내려 받아 교재로 활용한다. 문서 위주의 기존 교과서와 달리 이 앱 상에서 단어나 문장을 클릭하면 관련 논문이나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학기 동안에도 교수는 추가되거나 수정된 정보를 반영해 내용을 업그레이드 한다. 책값 부담이 없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신개념 교과서인 셈이다.
이 새로운 교과서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교과서 공유운동을 벌이고 있는 조영복(56)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20만~30만원을 주고 산 비싼 교과서들이 한학기만 지나면 폐기 처분되는 게 현실"이라며 "더 이상 학생들이 비싼 교재 때문에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기초 교과서 격인 원론서를 무료로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교과서 공유 운동 아이디어는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사단법인 사회적기업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인 조 교수는 "다수와 이익을 나누는 경제활동인 '공유경제'를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왔다"며 "비싼 책값 때문에 차마 교과서를 사지 못하고 복사본을 들고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올 초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우선 자신의 책 저작권부터 포기했다. 조 교수는 저서 '경영학원론'을 지난해부터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1호로 제작해 완성한 상태다. 조 교수는 "종이 교재에 최신 정보를 반영해 다시 펴내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리지만 앱 교재는 사용자 참여를 통해 25초마다 내용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앱을 제작하려는 저작물은 각 과목의 원론서들이다. 그는 "과거부터 전해온 지식을 편집한 원론 수준의 교과서는 개인의 저작물이라기보다 사회적 유산에 가깝다"며 "원론 수준의 교과서는 필요한 학생들에게 무료 제공하는 게 교육 기회의 평등이란 관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공유와 협력의 교과서 만들기 운동본부의 전용 홈페이지(bigbook.or.kr)도 만들어 이르면 6월 중 무료 교과서를 일반에도 공개할 생각이다. 그는 "올해 뜻을 같이하는 교수 100명을 모아 전공 별로 무료교과서 앱 100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교수의 교과서 공유 운동에는 현재 20여명의 교수가 참여 의사를 나타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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