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방중을 계기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방중(訪中)이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처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최룡해의 방중은 대중 관계회복이 1차 목표지만 김 제1위원장의 방중 사전정지도 방문 목적에 포함돼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김정은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해외에 파견한 첫 특사란 점에서 북한이 정상적인 외교 채널로는 어려운 '특별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포석으로 최룡해를 파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별한 문제란 북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김 1위원장이 직접 중국 방문에 나서는 상황이라는 추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23일 "사실상 김정은의 방중을 염두에 둔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분명히 있고 그런(김정은 방중)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 등 한반도 주변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북중 정상이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외교 소식통들은 "6월 말 한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의 물타기 의도가 뻔한 북중 정상회동을 중국이 인정할 리 없을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김정은이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건너가는 그림은 현재로선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중국이 혈맹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김정은의 방중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구체적인 날짜에 대한 확답을 주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이 껄끄러운 북중관계를 자초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 파견은 '화난 중국에 북한이 두 손 들고 찾아가는'성격이 짙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자 5개월 후 원자바오 당시 중국 총리가 방북해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조한 것을 두고 중국이 북한에 단단히 화가 났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때문에 최룡해의 특사 파견을 두고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특사를 불러들여 자신들의 '화'를 달래는 방식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북중 정상회담의 환경은 숙성되지 않았으며 중국도 북에 대해 단계적으로 응어리를 풀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일러야 올 하반기 쯤에나 김 1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북중 정상회동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전통적인 북중관계로 보면 양측의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정상회담을 하는 게 맞지만 올 초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 이후 어려워진 상황에서 특사가 건너갔다"면서 "올 가을 이후 김 제1위원장이 베이징으로 가는 경우와 시 주석이 평양으로 가는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김정은 방중이 특사 파견의 핵심의제는 아니지만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과 9월9일 공화국창건 기념일 때 시진핑 주석을 평양으로 초청하는 문제가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연내 성사될 가능성도 있으며 그럴 경우 혈맹관계 복원과 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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