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분을 잊은 경기 시ㆍ도의회 의장들의 파렴치한 행각이 빈축을 사고 있다. 큰어머니 상을 당해 의회 공식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속인 후 피심사기관의 예산으로 외유를 가는가 하면 음주운전 단속 현장에서 운전자를 바꿔치기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23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윤화섭(민주ㆍ안산5) 경기도의회 의장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4일간 프랑스 칸영화제에 다녀왔다. 항공료, 숙박비 등 1인당 경비 300여만원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에서 모두 부담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은 경기도의회가 예산을 심사하는 기관이어서 사무국 비용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한 것은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당초 윤 의장은 지난 20일 수도권-비수도권 양분 논리를 뛰어넘는 지역상생 발전모델 전환이라는 취지로 열린 '경기도-전라남도 간 상생협력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 의장은 "큰어머니 상을 당해 빈소에 있다"고 거짓 해명했다가 뒤늦게 프랑스 방문 사실이 드러났다.
윤 의장은 외유를 떠나기 직전인 지난 16일 상임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경기도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안'도 직권으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이 조례안은 '도 및 출연기관의 예산을 이용한 해외공무연수 금지'등 도의원의 특권을 차단하는 행동기준을 담고 있다.
윤 의장은 "목적과 관계 없이 의원들의 해외출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물의가 빚어질 것을 염려해 부득이하게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다.
최웅수(민주ㆍ나선거구) 오산시의회 의장은 음주운전 단속 직전 동승자가 운전한 것처럼 운전자를 바꾸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최 의장은 음주운전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경찰은 주변 지역 CCTV 자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최 의장은 지난 16일 오후 10시 30분쯤 오산시 궐동 도로변에서 경찰에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됐다. 최 의장은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084%였다.
당시 음주운전을 단속하던 경찰은 단속 장소에 다다르기 10m 전에 최 의장의 차량이 멈춰서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는 것을 발견하고 최 의장을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최 의장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여성 A씨가 운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운전을 했다고 주장한 동승자 A씨도 범인도피혐의로 함께 입건하고 주변 CCTV 자료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최 의장은 "운전한 사실이 없는 데도 경찰이 나에게 음주측정을 한 것"이라며 "당시 경찰의 음주단속 현장을 보고 10m 앞에서 차를 세운 게 아니라, 모임 후 뒤따라 나오는 차량을 인솔하기 위해 잠시 정차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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