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3일 "우리는 경제 발전에 정력을 집중하길 원하며 각국과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한껏 고조시켰던 북한이 실제로 대화의 장에 복귀할지 주목된다.
최 총정치국장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류윈산(劉云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과 만나 "김 제1위원장이 특사를 보낸 목적은 북중 관계를 개선해 공고하게 발전시키려는 것"이라며 "북중 관계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중국 CCTV가 전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특히 "북한은 경제 발전에 정력을 집중하고 민생을 개선하며 평화로운 외부 환경을 조성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정치국장은 나아가 "북한은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한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해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북한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각국과 대화를 전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 총정치국장의 발언은 류 상무위원이 6자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먼저 강조하자 화답 형식으로 나온 것이다. 류 상무위원은 이날 최 총정치국장에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이 지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각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실질적 조치로 긴장을 완화하고 적극적 대화와 협상으로 가능한 한 빨리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동북아의 영구적 안정을 위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정부의 관계자는 최 총정치국장의 발언과 관련해 "말의 성찬이 아니라 실질적 행동의 변화가 뒤따르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최 총정치국장은 앞서 이날 베이징시 경제기술개발구를 참관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 최 총정치국장 일행의 방문엔 류제이(劉結一)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방송은 최 총정치국장 일행이 열렬한 환영 속에 개발구 곳곳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그러나 최 총정치국장의 경제기술개발구 참관 소식을 따로 보도하지 않았다. 군복을 입고 방중 길에 오른 최 총정치국장이 이날 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 총정치국장은 류 상무위원을 만날 때도 군복을 입었고 회담석에 앉아서도 군모를 벗지 않았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쓰촨(四川)성 루산(蘆山)현 지진 현장에 가 있었고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파키스탄을 방문 중이었다. 당 서열 5위인 류 상무위원은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당교 교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장(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도 배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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