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사람을 돕고 더 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용의자들이 피 묻은 칼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때 한 영국 여성이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자녀 2명을 둔 어린이 스카우트 지도자 잉그리드 로요 케네트(48)는 22일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버스를 타고 지나가던 중이었다. 버스가 인근 정류장에 정차하자 케네트의 눈에 난도질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버스에서 내려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갔는데 그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칼을 든 남성이 있었다.
케네트는 영국 일간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내게 시체에서 떨어지라고 소리쳤지만 무섭지는 않았다”면서 “그들이 술이나 약에 취해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케네트는 용기를 내 용의자들에게 다가갔다. “더 큰 일이 벌어지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들에게 무슨 일인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물었다”고 케네트는 말했다. 용의자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국 군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죽였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오늘 밤 런던에서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케네트는 용의자들에게 칼을 건넬 것을 권했지만 거절당했다. 케네트는 경찰이 도착하자 버스를 타고 현장을 떠났지만 목격자들은 그가 5분 동안 용의자들과 대화하면서 더 큰 테러를 막았다고 평가했다. 케네트가 용의자와 마주 서 대화하는 모습은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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