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학자 등으로 구성된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 회원 3명이 23일 독도를 방문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일본인의 독도 방문은 간혹 있었지만 일본학자들이 독도를 찾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구보이 노리오 전 모모야마 학원대 교수와 구로다 요시히로 전 쇼인여대 교수, 이치노헤 쇼코 운쇼사 스님은 이날 오전 7시20분 경북 울릉군 사동항에서 독도학당 관계자, 중국ㆍ몽골 유학생 등 19명과 함께 배를 타고 출발, 오전 9시20분쯤 독도 동도 선착장에 발을 디뎠다.
이들은 마중나온 이광섭 독도경비대장과 악수한 후 일행과 함께 '일본지식인과 함께 하는 독도탐방단'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태극기를 흔들며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3차례 외쳤다. 김희로 독도학당 이사장은 독도사랑 자작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Dokdo is Korean Territory', '독도는 한국땅이다'라고 적힌 주황색 단체 티셔츠를 입은 이들은 독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등 독도에서 20여분간 머문 뒤 오전 9시45분쯤 독도를 떠났다.
구보이 노리오 전 교수는 "같은 배를 타고 독도를 방문한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역사 부교재를 만들어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일본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학자들은 이날 울릉도에서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작전 통신시설 장소' 등의 자료를 수집하는 등 연구활동을 벌였고, 26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이들이 속한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은 회원이 260여명에 이르며 오사카와 도쿄 등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일본 학자 일행 중 사카모토 유이치 전 규슈국제대 교수는 이날 독도행 배에 오르기 직전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갑자기 말을 바꿔 독도행이 거부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카모토 전 교수는 "독도가 한국땅인지 일본땅인지 아직 모르고, 나는 독도 연구를 하러왔다"며 독도학당이 마련한 단체 티셔츠 착용을 거부했다. 이에 독도학당 관계자와 매표소 직원들이 승선권을 주지 않았고, 사카모토 전 교수는 승선권 없이 배를 타려다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입국관리법상 우리나라 국익에 반하는 정치적 발언을 한 외국인은 강제출국 대상이 될 수 있다.
양식있는 일본 학자들과 독도 문제를 연구해온 김문길(68ㆍ전 부산외대교수) 한일문화연구소장은 "일본 내에도 극우적인 망언을 서슴지 않는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이 많다"며 "다케시마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독도=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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