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低)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수지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실상 일본에 두 번째로 많은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가 됐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는 31억3,841만달러를 기록, 3월(26억3,038만달러)보다 적자폭이 19.3%나 늘어났다. 올해 1월 15억1,006만달러, 2월 20억7,501만달러에 이어 3개월 연속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재무성의 집계로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4월 우리나라와 무역에서 2,482억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1월 888억엔, 2월 1,336억엔, 3월 2,395억엔 등 우리나라에서 점점 더 많은 흑자를 챙겨가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의 전체 무역흑자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증했다. 일본에 무역흑자를 많이 내 주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 1월 미국과 홍콩, 대만, 태국에 이어 5위였으나 2월엔 태국을, 3~4월에는 대만마저 제치면서 3위가 됐다. 중국의 일부인 홍콩의 적자가 중국의 대일 흑자로 상쇄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일본의 흑자 무역상대국 ‘넘버 2’가 된 셈이다.
이처럼 대일 무역수지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것은 엔저 여파로 일본에 대한 수출 자체가 급감해 버린 탓이다.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은 2월에 -17.1%, 3월 -18.2%, 4월 -11.1% 등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엔ㆍ달러 환율 마지노선이 이미 무너졌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수출 중소기업 500여개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101.1엔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102.5엔까지 상승해 버린 상태. 버틸 방어선이 이미 무너진 것이다. 업종별로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97.7엔), 석유화학(96.9엔), 자동차ㆍ부품(99.7엔), 정보통신기기(100.3엔) 등에서 이미 엔저 마지노선이 붕괴됐고, 철강(103.0엔), 기계ㆍ정밀기기(103.2엔), 조선ㆍ플랜드(103.5엔) 등이 근접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시장에선 엔ㆍ달러환율이 금명간 105엔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어,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의 수익악화는 더 심화될 전망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원화상승, 엔화하락이 겹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저하돼 수출 시장을 일본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며 “내수 침체에다 수출마저 부진해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