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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5월 24일] 해외동포들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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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5월 24일] 해외동포들을 바라보는 이중적인 시각

입력
2013.05.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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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와 이번 주 초에 걸쳐서 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와 길림성 장춘에 있는 조선족 동포, 특히 청년들을 집중적으로 인터뷰를 하고 왔다. 중국 동북지방의 연길과 장춘 등을 방문한 건 '조선족 청년들의 이주와 중국 노동시장 진출'이라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조선족 동포들을 보다 깊이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조선족 동포들이 연변자치주의 황무지를 개척하고 쌀농사를 개시한 역사, 정착 초기부터 자녀교육에 보인 열성, 그리고 민족문화와 언어를 지켜온 정성들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변화하는 중국에서 주류사회에 진입하려고 하면서도 발전한 한국 경제적 지위나 상황을 이용하면서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조선족 청년들의 열망과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남북을 합친 총인구가 7,400만 가량 되는데,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에 흩어져서 사는 우리 동포가 72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반도에 거주하는 민족의 거의 10분의 1이 해외동포인 셈이다. 세계에 화교들이 널리 퍼져서 차이나타운을 이루고 있어서 많은 것 같으나 실상 비례적으로 보면 우리 동포들이 더 높은 비율로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해외 동포 가운데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가장 잘 지키면서 살아온 집단이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이다. 중국의 연변조선족 자치주가 북한에 맞닿아 있고, 자주 왕래가 있으며 방송 등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점도 중국 동포들이 언어와 문화를 지켜올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의 하나이기는 하다. 또한 중국 동포들이 재미동포나 재일동포 이상으로 한국 혹은 북한을 가깝게 느끼고 왕래도 잦고, 한국의 경제성장이나 진출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고 있다.

그런데 중국 조선족 동포와 청년들의 변화하고 분화되는 모습을 보는 동안, 재일동포, 재미동포들이 겹쳐서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재미동포, 재일동포, 그리고 중국 동포들에 대해서 서로 잣대를 대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로 우리 언론이나 국민이 재미동포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여 영주권을 얻고, 더 나아가 시민권을 얻어서 영어로 잘 배우고, 주류사회에 들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재일동포들에 대해서는 해방 후 벌써 7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일본 국적을 얻는 것을 나라를 배신하는 것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때문에 일본에 귀화한 재일동포들은 스스로 한국인(조선인)임을 감추는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중국 동포에 대해서도 흔히 '중국과 한국이 탁구시합을 하면 어느 나라를 응원하느냐?'는 우스꽝스런 질문을 중국의 조선족 동포에게 던져서 난감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중국 동포들이 우리 민족인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중국인이더라'라는 식의 불신을 드러내는 언사들도 적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미동포들에 대해서는 너그러우면서도 재일동포나 중국의 조선족동포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댈까. 미국시민권이나 미국국적은 괜찮고 가깝게 느끼되, 일본 국적이나 중국 국적의 동포는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우리 내부에 우리도 모르게 미국과의 친근감, 선호도를 내면화하면서도 일본과 중국처럼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나라와의 거리감을 축적하고 키워오면서 재생산해 온 탓이리라.

국제화되는 시대에, 특히 동아시아 국가 간의 경제적 통합과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아져서 깊은 영향을 주고 받는 상황에서 미국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선호도만을 키우고 중국과 일본에 대해선 거리감, 적대감을 키우는 일은 우리의 입지를 스스로 좁히는 일이 될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런 안목을 가질 때 미국 동포, 일본 동포, 중국 동포를 차별없이 그리고 국적 획득 여부에 관계없이 따뜻하게 대할 수 있고, 바른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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