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40대 후반 자영업자 A씨는 지난해 말 지인의 자전거를 운전 중 부주의로 밟고 지나갔다며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보험사에 380만원의 보험금(대물배상)을 청구했다. 보험금이 380만원이나 되는 건 A씨가 망가뜨린 자전거가 국내 S사가 만든 고급 제품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 사건은 A씨의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A씨가 고의로 자전거를 파손시키던 장면을 본 목격자는 “지인과 다툼이 있었는지, 자전거를 거리에 내동댕이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본인 소유의 자동차를 몰고 와 밟고 지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지난해 여름 대구에서도 고가(高價) 자전거와 관련된 보험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가격이600만원인 타인의 자전거를 자동차로 부딪힌 후 변상해야 할 수리비가 부담스러워 사기 행각을 벌인 50대 B씨가 덜미를 잡힌 것. B씨는 수리비가 520여만원에 이르자 사고를 낸 다음날 한 달짜리 단기 자동차보험에 가입했고, 가입직후 사고일자를 조작해 보험사에 대물배상건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법을 썼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과거 회사별로 매년 1, 2씩 발생하는 데 그쳤던 고가 자전거를 이용한 보험사기가 최근 늘고 있다. 자전거족들이 급증하고 덩달아 비싼 자전거를 보유한 이들이 늘면서 고가 자전거와 관련된 보험금 타내기가 새로운 보험사기 유형으로 떠오른 것.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생겨나는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고가 자전거의 경우 프레임이나 변속기 등은 부품교체비용만 수백만원에 달해 이를 악용한 보험사기 건수가 최근 들어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올 3월 자동차 뒷문을 여는 순간 지나가던 자전거 앞 바퀴와 살짝 부딪힌 사고가 발생했는데, 자전거 주인 C(40)씨는 “1,300만원짜리 내 자전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며 수리비를 요구했다. C씨는 지난해 사고로 망가진 자전거를 새 물건이라고 주장하며 파손되지 않은 부위를 단골로 이용하는 수리점에서 고의로 손상시킨 다음 52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삼성화재 관계자는 “C씨는 결국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며 “보험사기 적발 시 징역 10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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