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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꿈, 돈때문에 꺾여선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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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꿈, 돈때문에 꺾여선 안되죠"

입력
2013.05.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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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들께서 제 꿈을 지켜주신 것처럼 저 역시 후배 제자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현대무용 강사 김영미(37)씨는 경희대 무용학부 출신이다. 여기서 무용가의 꿈을 키웠고, 졸업 후 모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존경받는 현대무용가가 되기까진 시련도 많았다. 그는 2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카페 서빙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등록금을 제때 마련하기 어려워 포기하려던 차에 교수님들의 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이 내게 줬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부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여 년간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기부해 온 사실이 알려졌다. 박명숙(63) 학부장과 김말애(64), 김화례(61) 교수 등 3명이 1985년 개별적으로 기부하기 시작한 장학금은 99년부터 김영미 강사를 포함한 12명의 전임ㆍ비전임 교수들이 참여하면서 14년 동안 총 3억3,600여만 원이 모였다.

박 학부장은 "무용은 돈 많은 집 자녀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재능은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무용가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체 장학금의 4분의 1이 넘는 1억1,300만원을 기부한 김말애 교수는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돈 문제로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스승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제자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매달 급여에서 100만원씩을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교수들은 장학금을 놓쳐 학교를 다닐 수 없는 형편의 제자한테 선뜻 등록금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뇌병변 3급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스스로 학비를 버는 사계절(23ㆍ경희대 무용학부 3년)씨도 박 학부장의 도움을 받았다. 사씨는 "등록금을 갚는 대신 꿈을 이뤄 후배들을 위해 기부하란 말씀에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교수들의 꾸준한 장학금 기부는 무용학부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런 기부문화를 만들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경희대 무용학부에서는 교수ㆍ직원ㆍ학생 등이 참여하는 소액기부 운동 '매그놀리아스토리'가 한창이다.

박 학부장은 "앞으로도 제자들이 돈 걱정 없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학생들 스스로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를 지속적으로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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