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대로상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 두 명이 영국 군인으로 추정되는 시민을 흉기로 난도질해 죽이는 사건이 벌어졌다.
22일 BBC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20분쯤 런던 동남부인 울위치 포병 기지로부터 400m 떨어진 도로변에서 20대로 보이는 용의자 두 명이 마체테(날이 넓은 벌채용 칼)와 식칼 등으로 한 남성을 공격했다. 목격자들은 "용의자들은 피해자를 끌고 다니며 공격하다가 도로 한복판에 시체를 내버렸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그들은 마치 동물처럼 무자비했다"며 "피해자를 고기처럼 마구 잘랐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이 마체테로 피해자를 참수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해자는 머리 근처에 입은 깊은 상처 때문에 현장에서 즉사했다.
용의자들은 범행 후에도 현장을 서성이며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영국 지상파 채널인 ITV가 입수한 동영상에는 모자가 달린 재킷 차림의 흑인 남성이 피 묻은 칼을 든 채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고 영국 억양의 영어로 "전능한 알라에 맹세하길 우리는 당신들과의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용의자들은 행인들에게 자신들을 촬영하라고 요구했고, 이때 촬영된 영상으로 보인다. 이들은 범행 이유에 대해 "당신들이 우리 땅에서 저지른 대로 갚는 것"이라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성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해 유감스럽지만 우리 여성들은 늘 이런 것을 봐왔다"며 "앞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정치인이 아니라 당신이나 당신 아이들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자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 정부를 몰아내라"며 "그들은 당신들을 상관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20분 후 현장에 도착한 무장 경찰의 총에 맞고 체포됐으며, 한 명은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현역 군인으로 추정되지만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20세 전후의 외모에 군 자선단체인 '영웅을 위한 도움'이 제작한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 정부 관리들은 이번 공격이 "이슬람 급진주의에서 고취된 테러 행위로 보인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용의자들의 발언은 테러 조직 알카에다 프로파간다(선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로 판단해 긴급 보안대책 회의를 소집했으며 경찰 내 대테러 부서에서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당국은 나이지리아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의자들의 국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캐머런 총리는 "충격적이고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면서도 "우리는 이런 공격 앞에서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격이 테러라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은 영국의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전 파병과 최근 프랑스군의 말리 내전 개입 지원 등을 비난해 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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