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21일 실시된 검찰의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전날 밤에 CJ측이 직원들을 동원해 일부 컴퓨터를 교체하고 문서를 없앤 흔적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압수수색 장소 중 한 곳인 CJ경영연구소 주변 CCTV에는 CJ직원들이 서류 박스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나 법원 주변에서 사전에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검찰 수사를 앞둔 대기업의 조직적 증거인멸 행위는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2월 검찰과 고용부가 노조원 사찰 혐의를 받고 있는 이마트 본사와 지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상당수 서류가 사라지고 전산자료가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의 회삿돈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해 11월 새벽 기습적으로 본사를 압수수색했을 때도 이미 컴퓨터가 깨끗이 치워진 후였다. 당시 검찰은 내부 기밀유출 개연성이 큰데도 유출 경위는 조사하지 않고 증거인멸에 가담한 임직원 4명을 약식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해 상설조직을 설치해 검찰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검찰과 법원 등은 반복되는 정보유출 행위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내부 조사를 벌여 기업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관련자를 색출해 엄벌해야 한다.
대기업들이 증거인멸 등 조사 방해를 서슴지 않는 데는 처벌 수위가 낮은 탓도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공정행위를 조사하던 공정위 조사관의 회사 출입을 저지하는 사이 관련자료를 폐기한 사건이 벌어졌지만 최고 2억원의 과태료만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수십억 원의 과징금을 내는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액수다. 증거인멸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시한 임직원과 법인을 형사처벌하고 형량을 높이도록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기업 스스로 증거인멸 행위는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짓으로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만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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