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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진단·치료… 성급·불신·과잉·방치 '네 가지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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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진단·치료… 성급·불신·과잉·방치 '네 가지 덫'

입력
2013.05.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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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은아(6)는 아침저녁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약을 먹었다. 억척스럽게 안아달라고 떼를 쓰고 뭐 하나 집어갈 게 없나 눈을 번뜩이던 아이가 약을 먹으면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의자에 걸치고는 추위에 언 듯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이의 눈빛은 섬뜩했다. 살기도 전에 살아봐야 무슨 소용일까를 생각하는 듯했다.(민들레 86호ㆍ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 교사의 글)

#2 "아이가 축 늘어지고 식욕을 잃는 것은 전체 약 복용자 가운데 15% 정도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하지만 어떤 의사가 이런 부작용을 보고, 부모의 반발을 무릎 쓰면서 처방을 바꾸지 않겠습니까. ADHD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등)가 마약성분인 것은 맞지만 사용량을 조절해 효과적으로 ADHD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전문의의 말을 믿지 않으면 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소아정신과 전문의 A씨)

ADHD 진단과 치료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단순히 활발한 아이인데 ADHD로 진단해 마약성분의 각성제를 먹이는 것은 과잉치료라는 쪽과 매년 수백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검증한 효과적인 치료법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은 문제라는 쪽의 대립이다.

미국정신의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아동을 6개월 이상 지켜본 부모, 교사가 총 18개 문항으로 이뤄진 설문지를 작성하고 의사가 면접, 관찰 등을 통해 ADHD를 진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실에서 이 같은 절차는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주의한 행동을 계속하는 것을 참지 못한 교사가 부모에게 'ADHD일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고 가정하자. 부모는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병원을 찾게 된다. 특히 대학병원이 아닌 개원가로 간다면 아이는 하루 만에 ADHD 진단을 받고 약 처방을 받을 확률이 높다. 이런 경우 과잉진료라는 지적은 옳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부모가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반건호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는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 안을 뛰어다닐 정도로 증상이 심한데 괜찮다고 말하는 부모, 아이는 정상적인데 집중력이 약해 학업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빨리 치료해달라고 보채는 부모 모두 문제"라면서 "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간혹 애지중지 키워서 버릇이 없거나 소아 조울병인데 ADHD로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어서 더욱 그렇다.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치료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 교수는 "주의력이 산만하다고 다그치고 체벌하던 부모가 태도를 바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증상이 상당히 개선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근거 없는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전문의와 깊이 있는 상담을 통해 최상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다. 원인이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ADHD는 분명 병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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