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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5월 24일] 시집 '사람'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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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5월 24일] 시집 '사람'의 퇴장

입력
2013.05.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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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이 10일 만에 퇴장했다. 한국시인협회와 출판사(민음사)가 시집 전량을 회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물 선정기준과 특정인물에 대한 미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아예 시들을 죽인 것이다. 을 비난해온 '한국시인협회를 생각하는 시인들'의 요구이기도 했다. 뜻대로 됐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바람에 그들이 그토록 기억하고 싶어하는 역사적 인물들을 아름다운 시어로 남긴 작품들까지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상생(相生)이 아니라 상사(相死)다.

▲ 은 부제가 말하듯'시로 읽는 한국근대 인물사'이다. 멀리는 대원군에서 가까이는 앙드레 김까지, 각 분야 112명을 112명의 시인이 시에 담았다. 신달자 회장의 말대로 그들이 남긴 빛과 그늘을 문학의 눈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이지, 역사적 자리매김 하자는 취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위험성은 안고 있었다. 시란 것이 본디 추함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더구나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미화와 과장이 없을 순 없다. 시란 그런 것이다.

▲ 협회를 생각한다는 시인들은 유독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명한 두 편의 시를 맹렬히 비난했다. 인물 선정부터 객관성과 중립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시대적, 사상적으로 이승만과 박정희의 상대적 인물인 여운형과 조봉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에는 이병철도 있지만 장준하와 전태일도 있다. 지나친 미화와 찬양, 편향적 시각도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시에 칼질하지 않고 왜 그대로 실었느냐는 비난에는 할말을 잃는다. 내편이 아니면 표현의 자유까지도 함부로 침해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시의 평가는 독자들이 한다. 협회와 출판사는 그 기회마저 없애버렸다. 을 두고 누구는 "내가 시인이라는 게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그러면 시를 시로 보지 않는 정치시인들이"다시 시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어떤가. 시인이 정치적 편향에 빠지면 다시는 시적 언어와 포용력을 되찾지 못한다. 좌든 우든.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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