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 때 축구를 자주 했다. 나는 발재간이 좋아서 골을 많이 터뜨렸는데, 내 생애 가장 멋진 골은, 담임선생님이 코너킥으로 띄운 공을 내가 헤딩으로 받아 넣었던 어느 가을날 기록한 골이었다. 경기를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 탄성을 터뜨릴 만큼 그 골은 정말이지 그림 같은 골이었다. 나는 진짜 축구선수라도 된 것처럼 뛰어올라 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선생님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환희를 만끽했다. 선생님은 나를 포옹하며 말했다. "정말 멋진 골이야." 30대 초반이었던 그 선생님은 자주 축구경기를 주선했고 사비를 털어 아이들에게 짜장면 같은 것도 사줬다. 그런데 그는 나를 아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제자에 대한 감정치고는 무언가 좀 특별한 게 스며 있는 감정이었다. 어느 날 내가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선생님은 예정되어 있던 경기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선생님과 나는 수업 시간에 눈이 자주 마주쳤다. 나는 그의 마음에 들게끔 축구를 했다. 그가 어디로 패스를 할지 미리 감을 잡고 뛰었고 그는 어김없이 내 발 아래로 공을 굴려주었다. 신기한 것은 그와 나는 언제나 같은 팀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그의 뜻이었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고 있다. 학년말이 되어 그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는 늘 화가 나 있었다. 자주 짜증을 냈고 아이들한테도 엄했다. 왜 그랬던 것인지 가끔씩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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