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도 없이 진짜 의사를 고용해 병원 문을 연 것도 모자라 환자유치를 위해 9억원이나 제공한 ‘사무장 병원’ 운영자가 적발됐다.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의사 3명을 차례로 고용, 내과의원을 개설하고 환자들에게 현금 등 9억6,0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의료법위반)로 전모(54)씨를 구속기소했다. 전씨는 또 자신이 고용한 의사가 임금을 체불했다며 노동청에 진정(무고)하고, 간호사 퇴직금을 주지 않은 혐의(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2010년 2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신장투석기 등을 갖춰놓고 병원 문을 연 뒤 투석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환자들을 유인했다. 또 일부 환자들에게는 매달 평균 15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최근까지 환자 유인을 위해 제공한 현금만 4억6,000여만원, 본인부담금 면제액은 5억500여만원에 달했다.
김씨가 고용 의사에게 매달 1,500만원의 월급을 주면서 본인부담금 면제에다 따로 현금을 주고도 수익이 난 것은 신장투석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1회 평균 투석 비용은 15만원. 본인부담금은 만성신부전환자로 인정돼 의료보험공단의 산정특례 혜택을 받으면 2만~3만원, 일반 신장투석은 4만~6만원이다. 본인부담금을 빼도 1회 9만~13만원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김씨는 하루 평균 50명의 신장투석 환자를 받아 지난 3월까지 총 35억원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윤해 차장검사는 “의사들의 개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이 같은 ‘사무장 병원’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며 “사무장병원은 부당한 환자유인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은 끼치고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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