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 명단은 미국 현지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국내에서 확인 작업을 거쳐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 중인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한국 취재 파트너인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4월말 ICIJ 사무실이 있는 미국 워싱턴 DC로 취재진 3명을 파견, 현지 인력 4명과 함께 데이터 분석 작업을 벌여왔다. 전 세계의 정보가 뒤섞인 자료 중에서 한국인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이 자료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업체인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의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정보와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 정보로 정보량이 무려 260기가바이트에 달한다. ICIJ와 뉴스타파 측은 NUIX 등 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해 방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 기재하는 주주와 임원의 이름, 거주지 정보 등을 분석해 한국인 명단을 파악했다는 게 뉴스타파 측의 설명이다. 뉴스타파 측은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 본인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금 운용기록, 이메일 자료, 은행 계좌 신설 정보, 해외 부동산 구매 시 국내신고 여부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용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대표는 "기록상으로는 한국 주소가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 해당 주소의 거주자를 확인한 결과 기재된 주주나 임원이 아닌 엉뚱한 사람의 주소인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주주는 한국인이지만 중개업체나 법률 회사의 사무실 주소를 기재해 추적이 어려운 경우, 주주로 등록된 법인의 정체가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리인을 내세운 경우와 해외 주소 등을 기재해 실소유주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 명단 공개 시 신뢰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타파가 밝힌 한국인 245명 가운데 해외 주소를 기재한 86명은 국내 과세 대상자인지 여부도 확실치 않은 상태다. 또 한 명이 5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경우도 대리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는 사실상 수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확인하는 과정이므로 실제 재산을 은닉해 탈세한 인원이 245명 중 몇 명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면서 "재산 은닉 여부를 계속 확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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