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의 저주?"
울산 반구대 암각화 살리기에 앞장서서 '반구대 청장'으로 불리는 변영섭(사진) 문화재청장이 지난 20일 단행한 문화재청 인사를 두고 문화재청 안팎에서 이런 말이 떠돌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반구대 암각화 관련 공무원들이 적잖게 '물 먹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저주'에 걸린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립고궁박물관 과장이었다가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A씨가 거론된다. 인사의 배경에는 변 청장의 지시로 2주 만에 급조돼 지난달 21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으로 쓴 역사책-국보 반구대 암각화, 물속에 잠깁니다'기획특별전 준비 과정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비쳤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 준비에 적극적이었던 담당 과장과 학예연구관은 국립고궁박물관장과 전시홍보과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국민적인 관심 속에 한창 진행 중인 불국사 석가탑 해체보수를 맡고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 실장이 지방으로 좌천된 것도 반구대 암각화 관련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석가탑 해체보수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전담 전문가가 바뀌자 당황한 불국사가 문화재청에 문제제기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변 청장은 취임 닷새 만인 3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숭례문 복구기념식(5월 4일)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숭례문복구단장을 겸임하던 반구대 암각화 담당 국장을 갑자기 교체했다. 문화재청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인사 대상이 된 국장에 대해 "변 청장이 고려대 교수 시절 반구대 암각화 보존운동을 벌일 때 사사건건 마찰을 빚던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국장은 그러고 며칠 뒤 국립고궁박물관장으로 쫓겨날 상황이었는데 공무원 인사는 '1년을 채우지 못 하면 못 바꾼다'는 규정 때문에 불발에 그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 주변에서는 "문화재청을 반구대청으로 개조하기 위해 '줄 세우기 인사'까지 단행하느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암각화 문제나 문화재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지만 이런 저런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면 변 청장이 문화행정가로서 좀더 세련되고 유연한 행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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