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ㆍ김경자 OCI 회장 부부 등 재계인사 5명을 포함, 한국인 245명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 취재 내용을 발표했다. 뉴스타파는 오는 27일 재계 임원 등이 포함된 2차 명단을 발표하는 등 매주 한두 차례 조사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어서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명단에 거론된 기업인과 가족의 역외탈세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이 아니지만 이 회사와 연결된 해외계좌 잔액이 10억원이 넘는데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역외탈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가 실명을 공개한 재계인사들은 이 회장 부부 외에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76)씨, 효성가 2세인 조욱래(64) DSDL(옛 동성개발) 회장과 장남 현강(37)씨다. 이들은 모두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2007, 2008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뉴스타파 측은 “이 회장 측이 이 회사와 연결된 은행계좌를 통해 수십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했다고 시인했으나 자금 반출 과정에서 당국에 신고했는지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며 “다른 재계인사들은 확인요청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또 “이들 이외에 주소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것도 20여명”이라며 “이 중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벌그룹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한국인 245명 가운데 버진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한국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조세피난처에 이들의 법인설립은 1995년부터 2009년에 걸쳐 있으며 2000년대 중반 증가세를 보이다 2007년 금융위기를 전후해 집중됐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주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 넷(PTN)’과 ‘커먼웰스 트러스트(CTL)’ 내부 자료에 담긴 13만여명의 고객 명단과 12만2,000여개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정보 분석을 통해 한국인 명단을 추려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