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인협회(회장 신달자) 소속 젊은 시인들이 협회가 발간한 인물시집 (민음사 발행)의 배포 중지 및 전량 회수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 시집에 수록된 인물들의 선정 기준을 밝힐 것과 시집 발간으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데 대한 집행부의 사과도 요구했다.
고영 김승기 김요일 김완수 맹문재 손택수 전기철 함민복 등 협회 시인 55명은 21일 '한국시인협회를 생각하는 시인들' 이라는 이름으로 이 같은 요구사항을 담은 서신을 신달자 회장에게 전달하고, 협회 홈페이지에 이를 게시했다.
지난주 발간된 은 한국 근대사의 주요 인물 112인을 선정해 동수의 시인들이 각각 쓴 인물시를 모은 시집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이병철 정주영 재벌기업 창업주 등 일부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을 일방적으로 미화해 논란을 빚었다.
'시인들'은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의 서신에서 "시협 전체 회원들의 공의와는 현격한 이반을 보이는 이번 시집으로 인해 우리는 '시인'이라는 이름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다"며 "세속적 허명을 위해 시의 영혼을 팔아버리는 이 참혹한 양태를 시인의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시협 이름으로 간행되는 출판물은 회원 전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사회적 수용의 당위와 가치를 고려하면서 보다 신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시협의 청탁을 받고 순수한 마음으로 인물시를 게재한 무고한 시인들까지 함께 손가락질 받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집행부 사과와 시집 전량 회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협의 자긍심과 시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자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 측은 22일 저녁 회장단 회의를 열어 젊은 시인들의 요구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