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기업 애플의 조세회피 의혹이 미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낮은 법인세율 적용을 약속 받고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세워 미국에 내야 할 세금을 피했다는 미국 의회의 보고서가 나오자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세금 우대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21일 "특정기업을 상대로 특별 법인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법정 법인세율 12.5%를 원칙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전날 보고서에서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 자회사에 2% 이하의 특별 법인세율 혜택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미국 법인세율은 35%다. 에이먼 길모어 부총리는 "아일랜드가 아니라 다른 관할권(미국)의 세금제도에서 비롯한 문제"라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아일랜드는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하며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다국적기업 1,000여개가 설립돼 15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버뮤다, 케이먼제도 등의 조세피난처와 연계해 아일랜드를 세금회피 기지로 활용한다. 영국 정부와 구글이 맞붙은 탈세 논쟁의 복판에도 아일랜드에 설립된 구글 자회사가 있다.
아일랜드는 기업 편의에도 적극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일랜드가 미국상공회의소의 로비를 받고 2010년 지식정보 기업의 세금 회피에 유리한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재정난 타개를 위해 역외탈세 단속에 적극적인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 아일랜드를 조세피난처로 적시하며 견제에 나섰다. 그러나 애플의 세금 회피 방식이 법에 저촉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허점 많은 미국 법인세제 개편이 먼저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법인세를 납부할 국가를 정하는 양국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애플이 교묘하게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회사가 법인 등록한 국가, 아일랜드는 회사 경영진이 있는 국가에 법인세를 내도록 각각 규정하고 있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미국 본사가 경영하면서 어느 쪽도 납세 의무를 지지 않는 수법으로 지난 4년 동안 수입 740억달러에 대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21일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우리가 내야 할 세금을 완벽하게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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