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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출판시장, 시스템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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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상보기] 출판시장, 시스템이 문제다

입력
2013.05.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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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서울에서 우연한 기회에 한 외국작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초면에 갖는 호기심이란 것은 작품이나 작가로서 동지적 유대감을 찾기보다 신상에 가까운 잡다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그는 모국에서 글을 쓰면서 먹고 살만한 것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글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지금의 세상에선 어는 곳에서든 이젠 기대하기 힘든 바람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조금 부러웠던 것 하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어서 마음을 먹으면 일 년 혹은 길게는 몇 년씩 작품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잠시 번다는 것 정도. 우리의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점점 확대되고 다양함을 넓혀가는 중이라 위안 삼으며 곧 그런 시간이 우리에게도 도달하겠지, 하는 바람으로 부러움을 접었던 적이 있었다.

우리의 사회는 생산성에 많은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인문학이나 예술을 같은 잣대로 바라보는 시선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설이나 시의 예도 마찬가지이다. 출판업에서의 생산성이라는 것은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일이니, 많은 작가들이 자기가 써내는 글이 책으로 출간되는 것에 있어 판매부수를 전혀 고려치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물론 출판사도 마찬가지겠다. 출판사는 훌륭한 작품을 발굴하여 출간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둘, 손해를 덜 끼치는 작가나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 차선의 목적, 언제나 큰 문제는 바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다만, 잘 팔렸으면 하는 바람과, 팔기 위해 책을 만드는 것은 큰 의미의 차이를 두고 있다. 좋은 책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정설은 언제까지 유효할 것인가, 수익만을 좇는 작가와 출판사를 비난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말만 다르지 같은 의미의 맥락이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좋은 책을 가려내지 못하는 독자 때문이다, 라고 답을 내놓으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아니다. 이는 작가와 출판사와 독자, 서로에게 아무런 신뢰가 없다는 말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로 독자를 믿지 않는 출판사가 존재할 지도 모른다. 책을 상품으로만, 독자를 소비자로만 믿는다면 가능한 말이다. 독자들이 스스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베스트셀러에 올려놓기만 하면 실제 베스트셀러를 독자들이 따라가게 된다는 믿음이 출판시장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일지 모르겠다. 출판시장에 불어 닥친 사재기 의심논란도 이런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던가. 이는 작가와 출판사, 독자 사이에 아무런 신뢰가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현재 출판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누구의 잘못인가, 책을 사지 않는 독자의 잘못인가, 좋은 책을 만들지 못하는 출판사의 책임인가, 좋은 작품을 써내지 못하는 작가의 무능력 때문인가. 모두의 잘못이 아니다. 아무의 책임도 아니다. 책임을 비겁하게 미루어 보자.

비정상적인 줄 알면서 함몰되어 헤어날 수 없는 책 유통시장 시스템의 문제이다. 서로가 서로를 망치며 누구의 승리도 이익도 없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책을 한 권 팔아 10%정도의 수익을 모아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렇다면 책을 내면 낼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서도 좋은 책을 출간하는 것을 숙명으로 알고 존재하는 출판사를 응원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합리적인 유통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유통서점이 힘을 보태야만 한다. 모두의 자멸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최근에 문학하는 학생들이 책을 구입하는 경로가 바뀐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학생들은 출판사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 작은 서고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손해 보지 않는 일이고, 독자 입장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획득하는 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가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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