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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멍 뚫린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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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구멍 뚫린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

입력
2013.05.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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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목적으로 이용하는 저작물에 대한 보상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저작권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와 징수단체인 한국복사전송권협회(복전협)는 언론을 통하여 대학이 수업에 저작물을 이용하면서도 저작권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한다고 계속 주장한다.

얼핏 생각하면 대학이 수업에 저작물을 이용하였으면 당연히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상금 제도의 실상을 살펴보면 이 제도가 과연 저작권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를 빙자한 특정단체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히 복전협이라는 특정단체가 왜 이렇게 기를 쓰고 저작물 보상금을 징수하기 위하여 대학에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는지 그 속내를 알기란 어렵지 않다.

우선'저작물이용보상금'에 관하여 간략한 이해가 필요하겠다. 저작권법에는 '교과용도서보상금'과 '수업목적 저작물이용보상금' 및 '도서관보상금' 등 저작물이용과 관련된 세 가지 주요한 보상금 규정이 있다. 교과용도서보상금은 도서발행자가 발행하는 교과서에 저작물을 게재하고 그 대가로서 저작권자에게 지급하는 보상금이다. 수업목적 저작물이용보상금은 교육기관이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의 일부분을 이용한 후 저작권자에게 지급한다. 도서관보상금은 도서관 이용자가 도서 등을 복제나 전송의 방법으로 이용하고 당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한다.

저작권법은 이런 보상금 징수의 편의를 위하여 문화부장관이 '보상금의 징수 및 분배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춘 단체를 징수단체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징수단체로 지정된 복전협은 징수한 보상금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여 미분배 보상금이 분배보상금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복전협이 5년간(2005~2009년) 징수한 교과용도서보상금 108억여원 중 60%가 넘는 67억여원이 미분배됐다. 도서관보상금 역시 7년간(2004~2010년) 징수한 보상금중에서 겨우 1.8%만 저작권자에게 분배됐다. 복전협이 과연 보상금 분배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을 갖춘 단체인지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저작권법에서 분배공고를 한 후 3년이 지나면 복전협이 미분배보상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복전협은 이 돈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승인을 얻어 공익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보상금은 저작물의 이용대가로서 당연히 해당 저작권자 개인에게 귀속되어야 하므로, 공익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해당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더구나 징수단체의 입장에서는 미분배보상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보상금 분배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저작권자를 위한 보상금 징수단체가 미분배보상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법규정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며, 저작권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여 위헌의 소지 마저 있다. 저작권법 제50조에서도 저작재산권자 불명인 저작물의 이용자는 보상금을 공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전협은 지난 해 7월 전국 6개 대학을 상대로 2011년도 저작물이용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를 징수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저작권자에 대한 분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대학의 수업에서 누구의 저작물이 얼마나 이용되었는지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전협은 언론에 미국 일본 등의 예를 들면서 대학이 수업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고, 보상금을 면제하면 국제협약에 위반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수업목적의 저작물이용에 관하여 초중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보상금을 받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며, 저작물이용에 대한 보상금을 징수하면 해당 저작권자에게 지급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제 저작권자에 대한 보상금 분배가 불가능해선 곤란하다. 이런 저작물 이용보상금 제도를 저작권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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