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오픈마켓에서 쌀을 구매하고 30일이 지나면 어김없이 쌀을 준비하라는 이메일을 받는다. 이메일에는 쌀 뿐 아니라, 쌀 카테고리에서 최근 열흘간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소비자 평점이 높은 상품, 최 씨 같은 30대 남성이 가장 많이 산 상품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주문 완료 페이지에서는 샴푸, 커피, 휴지 등 그간 반복 구매했던 상품과 그 상품을 구입한 고객이 본 다른 상품들이 함께 추천된다. 당장 사지는 않더라도 하나 같이 요긴한 정보들이다. 그래서 최 씨는 늘 “대체 내가 필요한 품목들을 어떻게 알아낼까”하는 궁금증을 갖는다.
비결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방대한 양의 사용자 정보를 축적해, 유형별로 분석한 뒤 필요한 용도에 따라 활용하는 것이다. 빅데이터의 힘은 이미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데, 마침내 소비자 마케팅에까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고객이 자주 클릭한 품목, 실제 구매한 품목, 이와 연관된 상품 및 고객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한 뒤 분석해 관련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이미 미국에선 아마존닷컴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적매출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 오픈마켓 옥션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인 ‘마이스타일’과 ‘남들은 뭘 살까’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너무 많은 상품에 지친 소비자들이 모바일과 소셜커머스로 돌아서자 8개월간의 연구개발 끝에 야심 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고객 2,4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 보다 정확한 트렌드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마이스타일’은 고객이 결혼, 임신, 골프, 애견 등에서 직접 관심 분야를 선택하면 같은 관심분야의 옥션 고객들이 최근 3일간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과 연관 인기상품을 홈페이지 화면에 보여준다. 또 유사한 구매성향을 가진 고객들이 실제로 클릭하거나 구매한 상품을 추천하는 ‘남들은 뭘 살까’서비스도 시작한다.
CJ오쇼핑의 소셜커머스 서비스 오클락은 이달 초부터 모바일에서 조회한 제품, 조회수, 질문 등록 수, 실제 구매여부 등 활동정보와 이용패턴을 분석해 연관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유사한 성향의 고객을 선별해 추천 제품을 발송하는 ‘앱 푸시’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는데, 메시지 발송 기간 매출이 평균보다 34%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이달 초 온라인에서 클릭과 구매이력 바탕으로 실시간 개인화 추천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소셜커머스의 특성상 사전에 등록해 놓은 관심지역이나 최근에 상품을 클릭해보았던 지역 등 지역정보까지 분석에 활용한 게 특징이다. 쿠팡도 지난달부터 모바일 앱에서 사용자의 구매, 장바구니, 방문이력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은 화두가 됐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엘리타하리는 과거 3년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점포별로 4개월 후 수요를 주간단위로 예측하고 있다. 예측의 연간 정확도가 97%에 이르고 결과 물류 비용을 30%나 줄였다.
국내 기업에서는 코오롱FnC가 올 초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빅데이터팀을 꾸리고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상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빅데이터팀 부장은 “고객 실적뿐 아니라 구매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어떤 스타일의 상품을 얼마나 생산해야할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