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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위해서라면… 검증없이 현대사 왜곡까지 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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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위해서라면… 검증없이 현대사 왜곡까지 감행

입력
2013.05.2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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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조선일보 계열), 채널A(동아일보),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등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보도ㆍ교양 프로그램이 선정성의 수위를 갈수록 높여가고 있다. 자살 중계, 노골적인 성접대 묘사 등으로 비판을 받다 오다 이번에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현대사 왜곡'으로 성토를 당하고 있다. 건전한 사회 비판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망각한 종편을 퇴출시켜야 마땅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끝 모를 종편의 선정 보도

TV조선은 지난 13일 '장성민의 시사탱크' 프로그램에서 북한 특수부대 장교로 복무하다 탈북한 임천용씨와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를 출연시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했다. 이에 질세라 채널A는 15일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탈북자 김명국(가명)씨가 부대원 정찰부대 남한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5월 23일 오전에 광주에 들어갔다. 이미 북한군이 여럿 들어와 있었고 이들이 시민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며 장갑차도 몰았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검증되지 않은 탈북자의 말을 빌어 '비상계엄 확대에 항의한 시민들의 민주화 항쟁'을 마치 북한군의 사주나 지원을 받은 것인 양 묘사한 것이다. 방송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었으면 대표적인 우익 인사인 조갑제씨마저 '광주사태에 개입한 북한군이 대대 규모라는데, 시민 시위자 진압군인 취재기자들 가운데 북한군 비슷한 사람을 본 이는 전무하다''검증 없이 주장을 소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비판할 정도였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등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은 채널A는 21일 이 방송에 대해 결국 사과까지 했다. TV조선은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종편의 선정성 문제는 출범 직후부터 계속됐다. 채널A는 2011년 12월 1일 개국 첫날 뉴스에서 강호동 야쿠자 연루설을 단독 보도했다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돼 정정보도를 했다. 지난해 11월 한 남성이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캠프가 있던 서울 공평동 빌딩 옆 건물 옥상에 올라가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을 때는 정규 방송을 중단하다시피 해가며 상황을 생중계해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JTBC는 지난 3월 'NEWS9'에서 건설업자 윤모씨의 고위공직자 성 접대 동영상을 재연 화면으로 만들어 내보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방통심의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종편에 대한 경고, 주의 등 법정제재 건수는 보도교양분야에서 29건으로 지상파(27건)보다 많았다.

선정보도는 종편의 생존전략

거듭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종편이 선정적인 보도를 자제하지 않는 것은 자극적인 방식으로라도 시청률을 끌어 올려야 채널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광고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보도의 기준은 '공정성' '사회비판'이 아니라 '광고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이 되어버린 셈이다. 한국방송학회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2011년 보수 일색인 신문사 계열 종편을 출범시켰을 때부터 우려했던 문제가 이번에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며 "자극적인 내용을 재생산해 이익을 늘리려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한 종편들의 선정적 보도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정 기대 못해, 퇴출만이 해법

강 회장은 "3년 후 종편에 대한 재허가 절차가 진행되는데 프로그램 내용을 비롯해 종편들이 출범 전 내세웠던 공적 책임, 공정성, 공익성 등 약속 이행실태를 엄격하게 검토해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종편 허가의 근거로 내세웠던 미디어법 자체가 날치기 통과로 정당성이 없는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종편 감시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종편을 모니터링해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계속 요청해 재허가 때 불이익을 줄 근거로 삼아야 한다"면서 "종편의 선정적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시청 거부, 계열 신문에 대한 불매운동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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